◎구성 도식적·현실감 떨어져KBS 2의 인기 주말연속극 「젊은이의 양지」(극본 조소혜 연출 전 산)는 요즘 들어 참으로 거창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내보내고 있다.
광부였던 윤배(허준호 분)는 권투 세계 챔피언이 됐고, 그의 동생 윤자(이경심 분)는 인기 영화배우가 됐다. 소매치기 출신인 현지(이지은 분)는 어느새 서울시내 대형 화장품 영업소 22개를 거느린 재계의 거물이 됐다.
또한 미국으로 유학갔던 석주(배용준 분)는 세계 단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고 4년전 일이긴 하지만 종희(전도연 분)는 잡지사 신인공모에 당선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한마디로 80년대에 「음지」에서 생활하던 주인공들이 90년대 들어 일약 「양지」로 진출한 것이다.
물론 이들이 「양지」로 나오기까지의 10여년 세월은 실패와 좌절의 시기로 자세하게, 그리고 꾸준히 묘사됐다. 그래서 『그렇게 고생했으므로 지금 이렇게 성공한 것 아니냐』는 작가의 말은 어느정도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작가가 등장인물에게 애정을 갖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빛나는 성공을 거두는 것은 너무나 허황한 구성처럼 보인다.
고생 끝에 낙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를 그렇게 도식화하는 것은 만화같은 구성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주인공들의 성공원인이 「상경」이나 「외국 유학」이기도 한 이 드라마는 자칫 『누구나 10년쯤 고생하면 권투 세계챔피언, 인기 영화배우, 사장, 영화감독, 소설가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야 한다』라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부추길 수도 있다.
신체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가 주인공이 수술을 통해 정상인이 되는 것을 유일한 감동이자 결말로 처리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구성이다. 광부와 찻집 주인을, 또한 샐러리맨을 「성공을 위한 중간 단계」로만 처리하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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