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은 서울을 상징하는 명산임에도 61년 이후 전혀 다른 뜻으로 통용되어 왔다. 「남산」하면 곧 중앙정보부―안기부로서 공포의 대상이자 멀리해야 할 곳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그 안기부가 34년간의 남산시대의 막을 내리고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새 청사로 이전했다.세계 모든 나라가 「국가안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정보기관을 갖고 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영국의 MI6,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이 대표적인 것으로서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와 아낌속에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안기부의 경우 국민으로부터 불신과 경계의 대상이 돼 왔음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안기부가 불신돼 온 이유는 명백하다. 분명히 내란이나 국가전복의 방지와 방첩 등을 통한 국가안전을 임무로 하고 있지만 정치사찰과 국민취체등 각종 직권남용과 탈선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61년 6월10일 창설된 후 소위 4대의혹사건을 비롯, 3선개헌 10·2파동, 유신선포, 김영삼총재 제명, 야당분열등 각종 정치적 사건에 개입하는가 하면 각계 요인사찰에다 내정과 국민생활간섭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여 비판과 원성의 대상이 돼 왔다.
사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캐치프레이즈의 안기부가 설립 이래 이룩한 국가혼란 및 전복기도의 방지, 대규모 간첩적발과 북한정보수집등의 업적은 매우 크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비친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5·18이후 소위 신군부가 중앙정보부를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을 다짐했으나 권부로서의 역할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김영삼 정부 출범에 따른 개혁과 민주화흐름에 따라 서서히 탈바꿈을 추진하던 안기부는 93년12월 안기부법의 개정으로 일대 전기를 맞았다. 국가보안법중 찬양·고무등(7조)과 불고지죄(10조)에 대한 수사권이 폐지되고 정치관여죄와 직권남용죄가 신설됐으며 국회정보위의 예산심사를 받게 되는등 기능이 대폭 축소됐다. 그야말로 정보수집과 보안업무에 대한 조정·감독권등만 갖게 된 것이다.
이제 안기부는 새집으로의 이사를 계기로 과거의 「남산」이니 「이문동」이니 하는 꺼림칙한 인상을 씻고 오로지 설립목적과 임무에 충실하는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안기부의 제1의 임무는 당연히 대북 정보수집 및 전략수립·시행이며 아울러 탈냉전에 따른 경제전쟁·국가이익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산업정보획득과 방어, 그리고 마약·테러방지등에 전문적인 인력을 키워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내곡동」 안기부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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