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우먼 모델에 반기… 전통 한국미에 초점최근 2∼3년간 화장품광고가 유행시킨 미인의 모습은 주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활동파」였다. 아름다운 여성의 전형으로 앵커우먼과 세계를 누비는 여기자가 등장했고 심지어는 여자대통령까지 제시됐다.
광고회사들은 모델의 미모를 통해 여성의 「예쁘고 싶은 욕망」에 편승했던 이전의 광고전략 대신에 「20대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라는 구체적 사회계층의 이상적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 못지않게 강렬한 여성의 사회문화적 욕망을 자극한 것이다.
이같은 유행에 반기를 든 화장품 광고가 등장했다. 현재 방영중인 나드리 화장품 「이노센스 UV 트윈케이크」CF인 「인현왕후」편은 커리어우먼의 화려함 대신, 인현왕후라는 역사 속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다. 지난 시대의 부덕을 새로운 미의 요소로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현재 왕후의 모습은 어떤 그림으로도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고전연구회가 펴낸 인현왕후전에는 다음과 같이 묘사돼 있다.
「용색이 찬란한 숙녀이시며… 마음 쓰심이 언제나 한결같이 변동이 없으시고, 기뻐하고 노함을 타인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단정히 앉아 계시는 모습이 유연한 화기 봄볕과 같으시되, 단엄(모습이나 태도가 단정하고 위엄이 있음) 침중(침착하고 무게가 있음)하신 기상이 감히 우러러 뵈옵기 어렵고, 맑고 좋은 골격이 설중매와 같으시고, 곧은 절개는 한천송백 같으시니…」
「지조있는 여자」라는 광고문을 내세운 「인현왕후」편은 이같은 묘사에 의존해 그 모습을 초상화로 재현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경자교수(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가 의상고증을 거쳐 밑그림을 그렸고, 실제 CF에서는 한국화가 김서규씨가 1천회 이상의 붓터치를 통해 채색을 완성하는 과정을 마치 여성이 화장을 해나가는 듯한 분위기로 소개했다.
제작진은 『광고가 유행을 이끌 수 있다면, 이번 광고가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퍼뜨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계속 「한국의 미인」을 발굴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나드리 화장품은 이 CF에 이어 무용가 고 최승희를 모델로 한 후속광고를 기획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