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주의시대 권력의 정체 해부/르네상스때 「예술」이었던 광기가 「정신병」 전락/17C 대감금 분석통해 「전복적 철학」 면모 보여미셸 푸코는 84년 6월25일 패혈증으로 파리의 한 병원에서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푸코의 죽음은 AFP통신을 타고 전세계에 알려졌고 다음날 프랑스의 신문은 앞다투어 그에 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리베라시옹은 1면 전체를 푸코에 관한 기사로 채웠으며 르 몽드도 두 면에 걸쳐 추도기사를 실었다. 르 몽드의 한 추도문은 『푸코의 인물됨, 주장, 활동은 현재로서는 여러가지다. 그것들은 서로 교차하면서 어떤 하나로 머무는 법이 없다. 그는 역사가인가, 철학자인가, 사상가인가, 그렇지 않으면 진리의 파괴자인가. 대답은 단순하지 않다』고 그를 평했다.
실제로 푸코의 사상은 철학, 역사, 문학, 문학이론, 사회과학, 심지어 의학에 이르기까지 광범하다. 따라서 그에게 붙는 수식어는 그만큼 다양할 수 밖에 없다. 반이성주의, 반근원주의, 반역사주의, 반과학주의, 반형이상학….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80·90년대 세계를 휩쓴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탈구조·해체주의」로 요약되는 프랑스 현대철학의 선두주자이다.
푸코의 전사상을 지배하는 화두는 지식과 권력의 은밀한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그의 시선은 계급제도나 관료제도 혹은 정당조직등 가시적인 것에 닿아 있지 않다. 권력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광기·성·언어등이 푸코의 분석대상이다. 그는 정치영역이 아닌 일상에 침투한 권력의 보이지 않는 지배방식에 주목했다.
푸코를 유명하게 한 「광기의 역사」는 그가 61년 파리대학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이성과 비이성―고전주의시대에 있어서 광기의 역사」를 72년 증보, 개정한 저서. 그 시대에 있어서의 광기의 개념, 감금의 관행, 치료법등을 통해 권력의 정체를 해부하고 있다. 「대감금」(2장) 「광기의 여러 형태들(5장)」 「새로운 수용소의 탄생」(9장)등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저서는 17세기 당시 파리의 인구중 1%를 정신병원으로 몰아넣은 대감금이라는 역사적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푸코에 의하면 르네상스시기만 해도 예술성의 표현등으로 불리며 이성과 더불어 용인되던 광기는 고전주의시대에 들어서면서 사회에서 배제되는 감금의 역사 속으로 떨어진다. 중세나 르네상스시기까지 유럽사회는 광기에 대해 관용을 보였고 이성과 사회 속에서 공존하며 문학을 비롯한 문화현상 속에 자유 롭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절대권력이 들어서는 고전주의시대에 이르러 광기는 정신병이라고 규정되면서 침묵을 강요당하게 됐다.
푸코는 이같은 현상이 당시 유럽사회가 광기를 빈곤과 게으름, 범죄행위등과 함께 모두 비이성이라는 테두리에 넣고 사회적 실패의 최악의 형태로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광기의 치료는 병원의 기능은 아니었다. 병원의 주된 관심은 격리와 교화에 있었다. 오히려 고전주의시대에 광기의 치료는 병원 외적인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광기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중세와 다른 사회·경제적 여건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성이 지배하고 이성만이 존재하는 사회를 건설하려는 권력의 총체적 전략이었다.
디디에 에리봉이 쓴 푸코의 전기문 「미셸 푸코」상·하(시각과언어간)를 번역한 상명여대 박정자(불문학)교수는 『조밀하고 현란한 문체 속에 17세기에 일어난 대대적 광인감금현상을 꼼꼼한 자료고증과 함께 분석한 이 책은 종래의 인식방법을 뒤엎은 「전복적 철학자」로서의 푸코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푸코는 누구인가/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에이즈로 사망/불 현대철학 거두… 80년대후 국내도 붐
1926년 프랑스 중서부도시 푸아티에에서 의사의 외아들로 출생. 48년 소르본대 철학사, 50년 소르본대 심리학사, 52년 파리대 정신병리학사, 61년 파리대 철학박사, 클레르몽―페랑대 철학과 교수 취임. 70년 콜레주 드 프랑스 사상사 교수로 취임. 84년 에이즈합병증인 패혈증으로 사망. 주요 저서는 「말과 사물」(66년) 「감시와 처벌」(77년) 「성의 역사」(76∼84년)등.
에이즈가 생소했던 80년대에 동성애로 얻은 에이즈 때문에 사망한 최초의 지식인으로 알려진 푸코는 80년대 후반이후 국내 사상계 전반에 프랑스 현대철학붐을 일으켰다. 국내에서 출간된 그의 저서와 연구서만 24권이나 된다.
국내의 푸코열풍을 학계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로 이어지는 국내 정치적 변화와 지적 상황이 푸코의 문제의식과 부합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폭압적 정치체제가 사라진 90년대의 변화된 상황이 보이지 않는 권력의 감시체제를 밝혀내려 한 푸코의 작업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푸코이후 국내에서는 칸트, 하이데거, 헤겔등 독일철학의 인기가 떨어지고 자크 데리다, 장 보드리야르, 리요타르, 자크 라캉, 질 들뢰즈등 프랑스 현대철학의 바람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광기의 역사」에 대한 지도교수 조르주 캉길렘의 논문심사평.
『푸코는 광기가 르네상스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조형예술·문학·철학에 투영되어 현대인에게서 보이고 있는 습관의 다양성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의 논문에서는 분석과 종합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중략) 이 작업의 독자성은 철학자나 정신분석가가 방치했던 소재를 높은 수준에서 철학적으로 재고하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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