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가 죽어가고 있다. 얼마전 시 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상 유례없는 적조확산 현상이 계속되더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또다시 같은 해역에서 유조선이 침몰, 기름오염사고가 재발하는 2중고의 불행을 맞고 있다. 더구나 사고해역은 제14호 태풍 「라이언」이 A급의 위세로 접근중이어서 우리의 남해는 3중고의 위협속에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우리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여건 때문에 그 어느 나라보다 바다의 소중함을 느끼고 아껴온터다. 그렇기 때문에 올들어 계속되고 있는 남해의 재난들은 삶의 터전을 황폐화시킴은 물론, 수십만 어민들의 생계수단을 빼앗는다는 점만으로도 비통해지지 않을 수 없다.
21일 발생한 유조선 제1유일호의 침몰과 기름유출사고도 바로 2개월전의 시 프린스호 사고와 너무도 닮은 데다 선원들의 안전의식결여 및 당국의 허술한 구난체계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국민을 분노케 한다.
사고선박이 처음 암초에 좌초된 것도 당직 항해사가 인근해상의 오징어잡이배 불빛을 구경하는 사이에 발생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또 예인할 때 기관실부분의 파손상태등을 정확히 조사하지도 않았으며, 해경과 해군, 항만청등 관계자의 주장들이 서로 엇갈린 가운데 「기상이 좋지 않아 유류탱크의 파손이 우려된다」는 선원들의 의견마저 묵살한채 예인을 서둘렀기 때문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수심 60 깊이에 박힌채로 있는 사고선박은 기름옮겨싣기에만 2개월 이상이 걸리는데다 다음달부터 내년 2월까지 계절풍이 부는등 작업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다의 사신이라는 적조확산현상도 심각하기만 하다. 발생 2주일만에 이미 남해일원을 뒤덮고 이제는 서해의 완도, 동해의 포항해역으로까지 퍼진 이 현상으로 각종 양식어패류 3백만마리 이상이 집단폐사하는등 2백억원대의 피해를 낳고 있어 어민들을 극도의 실의에 잠기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적조현상 역시 오폐수의 무단방류와 바다를 오염시킨 기름의 처리제과다살포에 주요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이 역시 인재에 의한 재난이라 할 수밖에 없다.
바다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고 어민들의 생계수단이 사라지고 있으며 어획량마저 감소되고 있는 이같은 상황에 정부는 효과적이고 조속한 종합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 프린스호 사건이후 해경에 일원화하기로 한 지휘체계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재조정해야 하며 적조현상의 정확한 원인규명과 예방대책은 물론 제1유일호 선체의 처리방법과 기름유출방지책 등을 시간을 다퉈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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