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인정속 「약효지속」에 의문/“개혁 계승자” 의미 파악 더 촉각여권의 후계구도논의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을 계기로 민자당내의 후계문제거론은 일단 중단됐지만 총선후까지 이 문제가 잠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후계논의를 금지시키면서도 정작 김대통령 자신이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개혁 후계자」의 실체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대통령의 경고발언이 전해지자 민자당관계자들은 22일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가능한 한 후계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대통령의 언명이 일단 효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민자당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경고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삼가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발언 의미를 새겨보는 눈치가 뚜렷했다. 특히 경고의 대상이 된 중진의원진영에서는 김대통령이 언급한 발언의 행간의 뜻을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민자당의원들은 대체로 후계논의중단을 당연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중진들이 후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자칫 적전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그러나 김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히 총선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집권후반기의 권력누수를 우려하는 최고통치권자의 여권장악방식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일단 김대통령의 경고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이지만 『과연 후계구도 논의금지가 언제까지 약효를 발휘할 것인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관심은 김대통령의 집권후반기가 다가올수록 후계구도 논의가 자연발생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 출발한다. 실제 이번 김대통령의 경고도 그동안 금기시되어오던 후계문제가 당내에서 슬그머니 흘러나오면서 점차 확산될 분위기를 보이자, 곧바로 나온 것이다. 처음 한두번 후계문제가 제기됐을 때만 해도 청와대가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김윤환대표까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자 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당내에서는 후계문제가 거론되지 않기를 바라는 청와대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총선을 계기로 어쩔 수 없이 불거질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않다. 이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지역별로 중진들의 위상을 부각시켜야한다는 논리이다. 일부 중진의원진영이 이번 논의금지를 『당분간』으로 받아들이거나 『자연스러운 논의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같은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김대통령이「개혁 후계자」를 구상하고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대통령이 처음으로 후계자의 기준과 구상사실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후계문제를 언급하는 사람에 대한 「불이익」부분언급도 관심거리이다. 이 대목이 단순히 경고의 의미를 뛰어넘는 것이라면 이미 당내의 알려진 대권주자들이 모두 배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권일각에서 제기해온 외부영입문제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후계관련 언급은 표면적으로는 공론화금지 지시이지만 역설적으로는 내부논의의 길을 열어 놓았다고도 볼 수 있다. 김대통령 자신이 후계문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후계구도의 논란에 대한 내연을 촉발했다고 할 수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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