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가장 걱정… 공공요·원자재값 등 상승 작용/엔저·총선·종합과세도 걸림돌 “연착륙 낙관 못해”국내 경기가 최근 확장기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각종 경제불안요인이 중첩돼 내년이후의 경제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물가불안이고, 또 하나의 걱정은 경기의 급속한 냉각이다. 자칫 경기침체속에 물가만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경기의 완만한 하강, 이른바 「연착륙」론이 대세이긴 하지만 경제안팎의 악재들이 적지않아 낙관만 할 처지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그동안 억제돼 온 지하철요금등 공공요금 인상과 지난해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된 수입원자재가격의 상승이 올 연말이나 내년이후에 물가불안요인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입원자재가격은 올들어 지난 5월까지 14%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하반기들어 다소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가격상승은 통상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주게 되고, 최소한 6개월이후에는 소비자물가에 전가된다. 결국 상반기까지 치솟은 수입원자재가격이 늦어도 내년부터는 소비자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3월이후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물가불안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일본 엔화의 약세, 이른바 엔저가 국내경기의 안착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1부의 이상헌 부부장은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수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엔화가치가 언제까지, 얼마까지 떨어질지 아무도 전망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경제의 영향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일본 엔화의 가치는 사상초유의 엔고를 나타냈던 지난 5월 1백엔에 9백13.58원(월말기준)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7백55.28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4개월만에 17%이상 하락한 셈이다. 엔화가치의 하락은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 전기전자제품등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게 뻔하다. 산업은행은 최근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엔(21일현재 1백2엔)까지 떨어질 경우 수출이 23억7천만달러나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달러에 대한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가 동반 하락할 경우 수출감소세가 일부 상쇄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들어 국내경기가 수출과 설비투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수출둔화는 곧 경기둔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전망기관들이 국내경기의 정점을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지만 엔저현상이 심화할 경우 경기침체가 이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이 끼여 있다. 총선으로 각종 선심성 개발공약이 나오고 돈도 풍성해질 것이다. 물가불안이 그만큼 가중될 수밖에 없다. 금융연구원 이충렬 연구위원은 『경제여건만으로 보면 올해보다 다소 나빠지기는 하겠지만 그런대로 안정적인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와 같은 경제외적인 불안요인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종합과세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도 중요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당국이 이에 대해 통화공급으로 대처할 경우 물가불안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은 『내년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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