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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를 보고/서성록 미술평론가·안동대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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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를 보고/서성록 미술평론가·안동대 교수(특별기고)

입력
1995.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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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 광주비엔날레 개막은 그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각국에서 날아든 작가, 국내·외의 미술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신생」광주비엔날레의 개막을 축하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의미라면 무엇보다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국제적 규모의 첫 비엔날레라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훨씬 전부터 방글라데시, 인도에서 국제전을 개최해오고 있지만, 광주비엔날레와는 비교가 안된다. 실질적으로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이번이 처음이며, 그런 탓인지 이번 행사는 아시아 각국 또는 유럽지역의 국가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이번 전시에는 50개국에서 91명의 작가가 출품했다. 이 정도면 세계 3대 국제전, 즉 카셀 도쿠멘타, 베니스 비엔날레, 그리고 상 파울루 비엔날레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대형 국제전」이라 할만하다. 미술계 내부로 보자면, 지난 여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건립에 뒤이은 또 하나의 쾌거로, 우리 미술의 장래를 한층 밝게 해준다. 본전시의 출품작은 요즘 국제미술의 추이를 반영하듯, 설치가 주종을 이루었고 첨단매체를 이용한 테크놀로지 작업, 사회적 문제를 이슈로 내건 작품이 두드러졌다. 대상을 받은 쿠바의 카초의 작품도 자유를 찾아 조국을 탈출하는 보트 피플을 주제로 삼은 것이었다.

본전시와 함께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여러 부대행사가 치러진다. 특별전도 그 중의 하나다. 이 특별전에는 흥미있는 행사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인포 아트(INFO ART)전처럼 미디어를 이용하여 인간과 기계의 만남을 시도하는 것도 있고, 「한국현대미술의 오늘」전이나 「한국근대미술 속의 한국성」처럼 우리나라 미술의 현재와 과거를 선보이는 전시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전은 전시장조건이 열악해 정작 눈에 띄지 않았거나 너무 많은 특별전이 뒤섞여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워낙 촉박한 기간 안에 행사가 추진되면서 노출된 문제점도 적지 않다. 통역요원의 절대 부족, 전시장비의 지원 미비, 때늦은 도록 발간, 부실한 전시장시설등은 이번 비엔날레의 의미를 크게 반감시킨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엉성한 조직운영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거액의 예산과 함께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지만, 그들 상당수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많은 출품작가들은 전시 개막을 앞두고도 손발이 맞지 않는 운영체계로 작업의 진척을 보지 못했다. 투자한 만큼 실익을 거두었는지 궁금하다.

이제 첫 단추를 끼운 비엔날레에 큰 기대를 걸 수는 없을 것이다. 전시 개막을 한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졸속추진에서 오는 문제점을 재고, 시정하지 못하는한, 광주비엔날레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장담하기란 힘들다. 향후 충분한 연구기간을 가지고 이번 전시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차근차근 고쳐나갈 때만 우리의 여망에 부합되는 비엔날레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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