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내국세·광고배정 지목 “WTO제소 불사”/정부 “할만큼했다” 입장 타결까지 숱한 고비한국의 자동차시장개방을 둘러싼 한미 협상과정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더욱 험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하오(현지시각)에 워싱턴에서 열린 첫날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시장개방과 관련, 세계무역기구(WTO)제소사항들을 적시했다. 한국측 협상대표들이 그동안의 시장개방노력을 충분히 설명하고 앞으로 추진할 사항들을 설명하는데도 미국은 조세주권원칙을 무시하는 듯한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했다.
미무역대표부(USTR) 켄터대표는 또 회담장밖에서 『한국자동차시장을 개방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엄포성 발언을 하는등 회담분위기를 더욱 험악하게 몰아가고 있다. 이에따라 당초 19∼20일중 회담에서 결론을 내려고 했던 이번 한미자동차협상은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 정부의 개방폭도 당초계획보다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6시간에 걸쳐 계속된 1차회의에서 미국측은 기존 6개 쟁점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요구안을 제시했다. 관세인하는 물론 내국세제의 개편, 금융규제관련사항, 방송광고배정제도 개선, 형식승인, 소비자인식개선등 현안중 미국은 내국세제문제와 방송광고배정등을 이유로 WTO제소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내국세제와 관련한 이날 미국측의 요구는 한마디로 국산차의 시장점유율이 90%를 넘는다는 사실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배기량 2천㏄를 기준으로 세금을 높게 차등부과해 2천㏄이하의 승용차시장에서 한국산의 점유율이 92%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한 WTO제소케이스라고 주장했다. 우리측이 지난 15일 경제장관회의에서 2천㏄를 초과하는 자동차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25%에서 20%로 인하했다고 밝혔으나 미국은 특소세뿐만 아니라 자동차세 지하철공채등을 포함한 배기량기준의 내국세제도를 저율의 단일세율체계로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특소세의 5%포인트 인하로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광고배정제도에 대해서도 WTO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때 광고서비스시장을 올 1월부터 열기로 이미 양허했는데도 광고배정을 통해 미국 자동차업계의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곧 WTO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우리측 협상단은 완전한 검사면제를 요구하고 있는 형식승인문제와 관련, 38개 검사항목을 28개로 줄인데 이어 안전과 큰 관련이 없는 5개항목의 검사를 추가면제키로 했으며 승용차에만 적용하고 있는 일부 검사도 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광고문제에 대해서도 외국자동차업계에 대해서는 신규청약광고주로서 시간배정에 우선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할부금융업에 대한 외국인 1백%투자를 97년1월부터 허용할 계획임을 전달했다. 지난 6월22일자로 서울시 모범택시의 배기량상한선을 철폐하고 외제차보유만을 이유로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등 소비자인식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미국측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관세인하나 내국세제의 개편문제에 대해서는 할만큼 했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협상타결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강경분위기로 미루어 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미국의 요구를 추가 수용해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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