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끼리끼리문화」 확산/부모 재력·지위로 가입제한 선민의식 부추겨/100여개 모임 우후죽순… 신세대상 왜곡 빈축대학가에 「상류사교클럽」을 표방하는 폐쇄적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류의 모임은 전직대통령 아들이 같은 회원중에서 배필을 구했다고 해서 일찌감치 알려진 「명우」가 효시라고 할 수 있으나 최근들어서는 비슷한 형태의 유사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일종의 「대학가 문화」를 형성할 정도로 확산돼가고 있다.
현재 이름이 널리 알려진 클럽만해도 서울대·이화여대 재학생중 경기고와 서울예고 출신들로 구성된 명우를 비롯, 팍스(FOX) 센추리(CENTURY) 씨네필(CINEPHIL) 서현회 아이섹(AISEC) 유니트(UNIT) CISV등 10여개에 달하며 이밖에 외부에 노출되기를 꺼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비밀클럽, 또 이들의 행태를 모방한 유사클럽등을 합치면 최소한 1백개는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클럽은 학생운동이 활기를 띠던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르주아 서클로 찍혀 함부로 내세우고 다니지도 못할만큼 눈총을 받았으나 지금은 몰려드는 가입희망자들로 골치를 썩일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폐쇄성은 가입조건에서부터 드러난다. 서울대를 비롯한 극소수의 일부 명문대생으로 자격이 제한돼있고 그중에서도 서울 강남의 일부고교나 예술고 출신자들만 가입을 허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밖에 경복·리라·계명등 특정 사립국교 출신자, 또는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명문대 재학생만으로 구성되는 클럽들도 있다. 가입조건으로 보아 상당수준의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가 이미 전제돼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조건을 두루 갖춘 신입생들을 선배멤버들이 추천하는 식으로 신입회원의 충원이 이루어진다. 이들 회원들은 졸업후에도 동기들과 모임을 지속하면서 왜곡된 「선민의식」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슷한 계층끼리 모이다 보니 사교클럽을 통해 결혼하는 커플들도 많다. 지난달 19일 결혼식을 올린 H그룹의 손녀 정모씨와 주모씨도 CISV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소위 「사교」행태는 일반 학생들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만큼 소비적이다. 재학때 A클럽의 멤버였던 박모(27·사업)씨는 『이런 「상류사교클럽」의 사교라는 것은 보통 파티형태로 이루어진다』며 『회원제로 운영되는 멤버십 카페를 정해놓고 모이거나 아예 일반 나이트클럽을 통째로 빌려 생일파티를 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신세대 사교클럽」의 상업성을 내다본 전문사교클럽 운영사와 이런 식의 파티만을 기획하고 대행하는 이벤트사업도 신종사업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워낙 엄청난 「사교비용」때문에 무리하게 가입했다 중도 탈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들 극히 일부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가 상업주의와 맞물려 신세대들 사이에 선망의 문화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서울 유명호텔 나이트클럽들마다 경쟁적으로 열고있는 신세대 대상의 각종 「테마파티」도 이러한 현상의 한 반영이라는 것이다.
서울 모특급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여는 「블라인드 데이트」파티등에 오렌지족 차림의 대학생들이 매주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 그런 예들이다. 추첨을 통해 뽑힌 남녀가 얼굴을 가린채 질문과 대답을 통해 마음맞는 상대를 찾아내는 이 행사에서는 커플로 맺어지면 2박3일동안 괌여행권이 주어지는등 일반적인 젊은이문화와는 전혀 동떨어져 있다.
이들 사교클럽회원들을 보는 대학생 일반의 시선은 당연히 비판적이다. 서울대 김모(21·경제3)군은 『부모의 성취에 의존, 아무런 사회적 책임의식 없이 자신들의 특권의식과 계급이익을 위해 모인 집단일뿐』이라며 『대학생 신분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과소비와 향락으로 전체 젊은이문화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문제』라고 지적했다.<박일근·김경화 기자>박일근·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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