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인도 거절에 속수무책 일 국민 분노/일부 정치권 “안보조약 자체도 수정” 강경주일미군 3명이 국민학교 여학생을 집단성폭행한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 「주둔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사건발생 지역인 오키나와(충승)에서 불붙은 여론은 주요언론들의 대대적인 보도로 연일 일본을 들끓게 하고 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4일 밤 일어났다. 오키나와 주둔 미해병 2명과 해군 1명이 가게에 다녀 오던 국민학교 여학생의 입과 눈에 테이프를 붙이고 손발을 묶어 해변가로 끌고가 집단성폭행했다. 계획적이고 파렴치한 범행에 오키나와주민은 물론 일본국민 모두가 분노했다.
오키나와현 경찰이 지난 7일 미군수사당국에 요청한 미군병사 3명의 신병인도가 거절당하면서 일본인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증폭됐다. SOFA는 미군범죄의 초기수사권이 기소때까지 미군당국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범행병사의 신병인도가 검찰의 기소단계에서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사권을 사실상 박탈당한 오키나와현 경찰당국은 주민들의 빗발치는 구속수사 요구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미군당국이 사건을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범행병사들을 즉각 영내구속, 조사하면서 일본검찰의 기소와 동시에 신병을 인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월터 먼데일주일미대사와 리처드 마이어스주일미군사령관도 19일 항의차 방문한 오타 마사히데(대전창수)오키나와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내놓았다.
미군당국의 발빠른 대응과는 대조적으로 사건 초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던 일본당국도 20일 방향을 선회, 주둔군지위협정 개정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당국은 당초『현행 협정으로도 미군범죄 수사에 특별한 장애가 없다』며 민감한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미일안보조약의 부속협정인 주둔군지위협정을 개정할 경우 자칫 안보조약자체의 개정으로까지 문제가 비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극적 태도때문에 오히려 일본사회의 반미감정이 촉진되는 측면도 있는데다 자민당 총재당선이 확실시되는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통산성장관이나 사회당의 구보 와타루(구보긍)서기장이 안보조약자체의 수정필요성을 피력하는 등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기존의 방침을 바꿔 협정개정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의 주요언론들도 20일 사설과 해설등을 통해 미군범죄의 역사를 지적하고 지위협정의 개정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이문제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 93년 일본여성을 성폭행한 미군병사가 영내구속중 명령서를 위조, 본국으로 도망간 전례마저 들먹여지고 있어 미군범죄수사를 일본경찰이 담당해야한다는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같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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