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에 연합제의 영 정가에 “바람”/당헌개정 등 쇄신책에 인기절정 집권꿈 “성큼”/한땐 록밴드 리더… “노제국의 젊은 활기” 평판토니 블레어(41) 영국노동당 당수의 대권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난 5월 노동당 당헌을 개정, 1백년 가까이 노동당이 지켜온 「공동소유」원칙을 포기해 당 노선을 쇄신했던 그가 이번에는 제3당인 자유민주당에 연합을 제의, 다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자유민주당은 최근들어 인기가 상승, 집권 보수당 못지않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제3의 정치세력으로 블레어는 이들과 연합체제를 구축, 존 메이저총리의 보수당을 조여간다는 전략이다. 자유민주당의 반응은 아직 냉담해 그의 연합제의가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르지만 성사만 된다면 블레어의 대권획득은 시간문제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현 보수당정권이 내분과 실정의 연발로 역대 정권중 최악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어 『차기는 당연히 노동당정권』이라는 인식이 일반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민주당마저 끌어 안는다면 총선결과는 불문가지라는 것이다.
블레어는 지난해 7월 노동당당수 취임이래 인기절정을 맞고 있다. 각종여론조사에서 그는 항상 보수당의 메이저 총리를 앞질렀다.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의 지지율은 보수당의 2배인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당수 취임직후인 지난해 7월말 지지율은 61%로 메이저를 무려 3배나 앞섰다. 지난 5월 지방의회 선거에선 노동당이 5천6백석을 차지, 압승했다. 보수당은 겨우 2천석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같은 그의 인기는 탈사회주의의 우경화 정책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노동당=사회주의=영국병 제공자」라는 유권자의 고정관념을 깨지 않고는 절대로 집권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꿰뚫었다. 당총재에 취임한지 1년도 안돼 금세기초에 제정됐던 당헌을 개정, 「생산, 분배, 교환수단의 공동소유」라는 대원칙을 포기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이어 국유화정책 포기, 복지혜택축소등의 전통적 사회주의노선을 잇달아 수정하며 보수적인 중산층을 끌어 안을 수 있는 중도좌파정당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의 코페르니쿠스적 정치노선 변경은 당내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국민에게 믿을 만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주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우경화 덕택만은 아니다. 그는 영국민을 사로잡을만한 개인적 매력을 갖고 있다. 그는 중산층 출신으로 TV화면을 잘 받는 미남에 뛰어난 언변등 매력이 철철 넘쳐 흐른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명문 사립학교인 페츠칼리지를 나와 옥스퍼드를 졸업했다. 학창시절엔 교칙을 무시하고 장발에 록 밴드를 조직, 히피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등 자유분방했다. 영국 언론은 「늙은 제국 영국에 활기를 불어넣을 젊음」으로 극찬하고 그를 「영국의 클린턴」으로 즐겨 부른다. 블레어는 이번 연합 제의로 다우닝가 10번지(총리관저)에 한발 다가선 것같다.<이백규 기자>이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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