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범죄가 피해 여학생과 가족, 그리고 오키나와(충승) 주민들에 끼친 고통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월터 먼데일 주일미대사와 리처드 마이어스 주일미군사령관은 19일 「주일미군의 여학생 집단성폭행사건」항의차 방문한 오타 마사히데(대전창수) 오키나와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이같은 취지의 공식사과를 했다. 같은날 니컬러스 번스 미국무부 대변인도 뉴스 브리핑에서 『심심한 고통과 충격』을 피력했다. 주일미군의 범죄를 두고 군당국 뿐 아니라 미대사와 국무부가 직접적인 사과를 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지난 4일 밤 길가던 국민학교 6학년 여학생을 미군병사 3명이 납치해 집단성폭행한 사건이 일본내 최대미군주둔지인 오키나와에서 일어났다. 「요인납치」훈련이라도 하듯 테이프로 입과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은 뒤 차로 납치해 성폭행한 면밀한 범행이 전일본인들의 분노를 낳기에 족했다.
미국측의 일련의 사과는 단순한 분노를 넘어 이 기회에 아예 미주둔군 범죄에 대한 일본 사법당국의 수사권을 제약하는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언론계와 정계등에 번져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기자의 눈에는 반미감정의 저류가 꿈틀거리는 상황을 맞은 미국이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일본의 조직적인 분노표출과 미국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똑같이 미군이 저질렀던 윤금이 여인 강간살인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윤여인 사건외에도 비슷한 주한미군범죄와 관련해 주한미대사나 미정부가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는 기억이 없다.
미국의 태도가 다른 것은 피해자의 신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미군범죄에 대한 한국과 일본사회의 대응강도와 방법이 달랐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라도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과 일본의 국가비중의 차이때문인가. 그 어느 경우도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미국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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