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망명수용땐 관계악화·거절땐 비인도적/이란선 “이스라엘서 사전공작” 비난 공세이스라엘 정부가 지난 19일 발생한 이란 국내선 여객기 납치범의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스라엘의 고민은 이란인 남자승무원이 승객 ·승무원 1백77명을 태운 이란 키시항공소속 보잉 707 여객기를 납치한 뒤 이스라엘 오브다 공군기지에 착륙하여 곧바로 투항하면서 시작됐다. 견원지간인 이란과 이스라엘의 해묵은 갈등이 납치범의 투항을 「사태의 끝」이 아닌 「문제의 시작」으로 만든 것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20일 탑승객들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며 이들을 기체와 함께 곧 이란으로 송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납치범의 인도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혹은 미국으로의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 납치범의 요구를 들어주었다가는 이란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고 그렇다고 사지나 다름없는 이란에 넘겨주자니 인도적 차원의 비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승객중 5명도 서방국가로의 망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등 자칫 이번 사건이 「망명사태」를 몰고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이스라엘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당초 피랍기 착륙을 불허하려 했으나 73년 2월 납치된 리비아 국적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의 악몽때문에 막바지 순간에 허용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73년 당시 이스라엘은 피랍기를 이스라엘 영토가 아닌 점령지 시나이반도에 착륙시키려다 승객등 1백4명을 사망케 했다. 결국 돌발적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내린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은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 야당은 승객들을 이란이 억류중인 이스라엘 조종사 론 아라드의 석방을 위한 인질로 이용해야 한다며 이들의 송환에 반대, 사건을 더욱 꼬이게 했다. 아라드는 86년 10월 레바논에 대한 폭격임무수행중 격추된 전투기 조종사로 현재 이란내에 억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츠하크 라빈총리는 『무고한 민간인들을 인질로 이용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으나 각 언론매체들은 국민의 지지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정부를 압박, 기체와 승무원 송환마저 주춤거리게 했다.
한편 이란은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의 묵인아래 사전계획된 정치극인만큼 납치범과 기체를 조속히 송환하라며 비난공세를 퍼부어 왔다. 이란 국영 TV는 납치범이 기장에게『이스라엘에서 우리를 초대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대화내용이 확인됐다면서 『이번 사건은 라빈 총리가 직접 지휘한 것이 틀림없다』고 단언했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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