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우리 TV 사극은 궁중의 여인얘기에 집착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시청률이 높기도 하지만, 흔히 역사극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된 사극 「장희빈」의 종영(26일)을 앞두고 TV 사극의 문제점과 대안등을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3사 제작실태·문제점/궁중여인 애정암투 초점 「시청자잡기」 경쟁/철저한 고증 결여 언어·풍속등 력사왜곡도 편집자주>
오는 26일 막을 내리는 SBS사극 「장희빈」이나 KBS에서 방영중인 「서궁」, 이에 앞서 6월에 종영된 「장녹수」(KBS 2)등은 시대만 다를 뿐, 왕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궁중 여인들의 암투와 그들을 앞세운 사대부들의 권력다툼을 다루고 있다.
근래 방송사 간 「사극의 멜로물화」경쟁을 촉발시킨 것은 「장녹수」였다. 지난해초 사회 개혁 분위기에 맞춰 한명회를 개혁인물로 과장시킨 「한명회」(신봉승 극본)를 방영한 KBS는 「장녹수」에서 방향을 전환, 장녹수(박지영 분)의 목욕장면을 내보내는등 「요부를 앞세운 시청자 잡기」에 나섰다. 이어 SBS도 똑같은 구성의 「장희빈」을 방송하며 여성사극붐을 일으켰다.
인목대비가 주역인 「서궁」도 광해군의 애첩 개시의 역할을 강조하고 그의 연인인 가상인물 원표를 만들어 세 사람 사이의 애정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사극이 역사에 대한 재평가나 반성을 시도하기보다 「역사적 배경을 빌린 멜로드라마」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TV사극의 또다른 문제점은 역사의 통합적인 면보다는 갈등하고 분열하는 모습만을 강조해 역사를 왜곡한다는 것.
일본 TV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은 영웅을 사극의 소재로 일본정신의 형성이나 자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기르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MBC 「조선왕조 5백년」시리즈를 연출했던 이병훈 TV제작국 부국장은 『드라마성이 강한 시기를 택하다 보니 소재가 편중된 것같다』고 말했다.
각 방송사는 사극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사극전문작가와 연출가의 부족을 들고 있다. 현재 사극전문작가는 「조선왕조 5백년」을 집필했던 신봉승씨와 「장희빈」을 집필하고 있는 임충씨 정도.
이들은 다양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하기보다는 특정인물, 그것도 주로 궁중여인을 약간씩 다르게 반복해서 등장시켜 왔다. 같은 작가에 의해 장희빈 장녹수 한명회등이 두세차례나 다뤄지기도 했다.
사관이나 역사에 대한 지식부족, 연출자의 고증결여가 가져오는 언어·풍속등의 왜곡도 심각하다. 「장희빈」에서 장희빈이 세자에게 『내 새끼』하는 것이나, 여염집에서나 볼 수 있는 왕과 상궁의 격식없는 행동등은 겉만 사극일뿐 홈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이런 점들은 역사를 흥미로 이용하는 폐단을 말해준다.<김동선 기자>김동선>
◎관계자가 말하는 대안/새작가 육성·참신한 소재발굴 투자 과감히/기층민중 삶 그린 「새사극 개발」등 힘써야
방송관계자들은 TV 사극에 대한 대안으로 흔히 새로운 역사 소재의 개발을 꼽는다. 또한 역사에 대해 새롭게 말할 수 있는 작가의 발굴·육성과 궁중비화를 대신할 민중 사극의 개발도 거론된다.
「장희빈」 「장녹수」등의 궁중 여인얘기가 아닌, 참신하고 웅장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사극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항제(한국방송개발원 정책연구실 연구원)씨는 『그동안 TV 사극은 「40대 중년 아주머니」라는 고정 시청자층을 위해 존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없이 오로지 「일부다처제·어투·복장」만으로 사극을 꾸려나가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사극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이러한 관행에서 탈피, 소설 「영원한 제국」이 보여준 것과 같은 새로운 역사 해석을 작품안에 불어넣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색다른 내용과 풍부한 옛 우리말로 가득찬 홍명희 원작의 「임꺽정」이 SBS 사극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운군일 SBS 드라마 총괄부장도 『우리 TV 사극이 지금까지 궁중 암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 앞으로는 보다 많이 기층 민중의 삶을 그리는 사극을 만들려고 한다. 이것만이 우리 사극을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오 KBS 심의실부주간은 『타이완 사극 「판관 포청천」이 우리나라 시청자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판관의 엄정한 법집행과 부하들의 충성심, 내용에 따라 등장하는 귀신과 무협등 이 작품이 보여준 소재 선택의 자유로움은 우리 사극이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보처는 20일 부산 등 전국 7개 도시를 대상으로 중계유선방송사업자가 외국위성방송을 중계하거나 비디오를 불법방영하는 사례를 적발, 부산 동래통신사 등 20개 업체를 형사고발하고 17개 업체는 해당 시·도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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