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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그리스정교 성화>/서방보유 90%가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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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그리스정교 성화>/서방보유 90%가 “가짜”

입력
1995.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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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시대 치밀한 계획하에 복제 수출/크리스티 경매등서 엄청난 고가로 거래현재 미국이나 영국등 서방선진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의 이콘(그리스정교 성화) 대부분이 스탈린시대에 복제된 가짜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서방선진국에서 전시됐거나 영국 크리스티경매회사등을 통해 고액으로 거래되고 있는 이콘의 90%가 1920년대 말과 30년대 초에 치밀한 계획하에 복제된 가짜라는 것이다.

사회주의 혁명국가로 변신한 구소련 정부는 종교를 마약으로 간주, 종교를 국민들로부터 배제시키려는 정책을 추진했다. 구소련정부는 특히 국민들의 정신적인 지주로 떠받들어지고 있던 이콘으로부터 국민들을 「해방」시키는 계획을 세웠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서방측에 팔아버리는 것이었다. 구소련정부는 이를 위해 1929년 소련무역공사를 통해 해외 이콘전시판매를 추진했으며 29∼31년 사이에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등에서 전시회를 성공리에 치렀다.

이들 가짜 이콘은 이후 각종 경매에서 엄청난 고가로 팔렸다. 80년 영국의 크리스티경매회사가 뉴욕에서 약 1백여점의 이콘을 경매에 붙였는데 「최후의 심판」이 15만달러에 팔렸으며 거래액만 3백만달러에 달했다. 언론은 이 경매를 두고 「세기의 경매」라고 치켜세웠다.

이콘을 없애려고 전시회를 추진했던 소련이 왜 복제품인 가짜를 만들어 팔았을까. 당시 소련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일부 예술전문가들이 이같은 계획을 은밀하게 추진했다는 것이 최근 발견된 문서로 확인됐다.

이들은 20년대 당시 소련대외무역인민위원회 힌추크차관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에게는 이콘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독일과 프랑스등에 이콘 복제품을 이미 판적도 있어 진품을 우리에게 건네주면 가짜를 만들어 외국에 팔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의사는 KGB의 전신인 OGPU에 전해졌으며 스탈린에게도 보고됐다는 것이다. 결국 스탈린과 소련권부의 승인하에 이들은 복제전문기술자들을 동원해 이콘의 복제에 나섰던 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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