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리즈“ 미성년 모델 등장” 휘말려/FBI서 수사나서 “표현의 자유” 논란도도발적이고 선정적이기로 유명한 캘빈 클라인의 광고에 마침내 제동이 걸렸다. 청바지에서 속옷, 향수에 이르기까지 캘빈 클라인의 제품은 디자이너의 이름만큼이나 파격적인 광고로 「명성」을 떨쳐왔다. 전라 또는 반라의 남녀가 치부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린채 관능적인 자태로 소비자를 응시하는 그의 광고는 굳이 제품명을 보지 않더라도 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왔다.
표현의 자유와 성의 상품화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던 그의 광고는 그러나 최근 새로 내놓은 청바지 광고가 미성년자 포르노 시비에 휘말리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광고는 남녀가 자극적인 대사를 주고 받으며 셔츠를 찢어발겨 맨몸을 드러내거나 초미니 청치마를 입은 채 속옷이 드러나도록 다리를 벌리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모습등을 담고 있다. 내용면에서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이번 광고시리즈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제품의 소비계층이 청소년들이고 등장하는 모델들 역시 15∼16세의 미성년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때문이다.
캘빈 클라인사는 문제의 광고에 대한 격렬한 반대여론이 들끓자 지난달 27일 공개적으로 광고 방영 및 게재중단결정을 내렸다. 여기에는 이번 사안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민감한 영역을 건드렸다는 광고업계의 일반적인 평가가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캘빈 클라인의 광고세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해왔던 일부전문가들조차 이번에는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캘빈 클라인측의 광고중단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 열흘 뒤 미연방수사국(FBI)과 연방법무부가 이번 광고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수사착수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고업계의 촉각은 수사의 배경과 방향 뿐만 아니라 이번 수사가 그동안 완벽할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누려왔던 광고업계에 대한 정부규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데 까지 미치고 있다.
수사의 배경에 대해선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유례없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보수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캘빈 클라인 광고에 대해 줄기차게 반대해온 보수그룹들 뿐 아니라 재닛 리노 법무장관, 심지어 클린턴 대통령 부처까지 어린이보호의 깃발을 앞장서 휘두르고 있는 판에 청소년포르노 시비로 시끌벅적한 사안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란 분석이다.
수사의 핵심은 역시 출연모델들의 나이다. 모델중 어느 한명이라도 18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있다면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캘빈 클라인측은 미성년모델 사용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외모로만 본다면 적어도 2∼3명은 미성년이 틀림없다는 것이 수사촉구론자들의 주장이다. 또 사용되지 않은 사진이나 테이프들은 실제 사용된 것들보다 훨씬 더 심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이들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포르노라는 것이 그 의미와 한계가 상당히 막연하고 자의적이어서 윤리문제를 떠나 과연 어느 선까지 법적용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누구도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표현자유의 침해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쉬 결론이 나기는 어려우리란 예상이다.<뉴욕=홍희곤 기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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