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응/“줄것주고 지킬것 지킨다”/특소세인하 등 일부 수용… 관세·할부금융 “양보불가”한국 자동차시장에 대한 미국의 슈퍼301조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지정 움직임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입체적이다. 정부는 미(미)무역대표부(USTR)와의 협상을 통해 줄 것은 주되, 지킬 것은 지키겠다는 전략이며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국 업계를 만나 미국의 이해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한미 무역수지가 우리나라의 적자쪽으로 고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자동차시장개방문제를 PFCP로 지정해 보복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경우 맞제소하겠다는 배수진도 쳐놓고 있다.
현재 양국간 쟁점이 되고 있는 현안은 모두 6가지. 관세율인하와 내국세제 개편, 형식승인 면제, 할부금융사 설립 전면허용, 소비자인식 개선, 광고규제 폐지등이다. 이중 우리 정부가 양보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내국세제 개편요구중 특별소비세를 인하하고 형식승인중 승용차에만 적용하고 있는 검사항목을 추가 면제할 수 있고 소비자인식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이다.
우리 정부는 관세율을 미국수준인 2.5%까지 내리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8%인 우리나라의 자동차관세율이 유럽연합(10%)이나 캐나다(8.6%)보다 낮다는 점을 들어 양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배기량에 따른 과세기준 개편도 특소세의 5%인하로 충분하며 할부금융사 전면허용에 대해서는 전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달할 방침이다. 할부금융사문제와 관련, 미국은 도매상금융과 개인에 대한 시설물대여(리스)허용, 1백% 단독출자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내 할부금융제도가 소매상으로 한정돼 있고 리스는 산업자금으로만 활용되며 다른 부문 투자자유화와의 형평을 고려해 49% 이상의 지분참여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형식승인 개선문제에 대해서는 승용차에만 적용하고 있는 일부 검사에 대해서는 면제하되 전면적인 검사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미국의 요구인 제조업체 자기인증제는 북미지역에서만 적용되고 있고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적용치 않고 있다고 지적, 기존 38개항목중 28개의 검사를 면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광고규제도 방송광고 배정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외국차의 광고허용폭을 크게 넓혀 추가허용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입장과 미국의 강경한 요구로 한미 협상은 예정된 19∼20일중 결론을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협상을 매듭짓거나 합의를 보지 못한채 미국측의 WTO제소로 이어질 가능성등 어느 것 하나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미 자동차협상은 유럽쪽이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던 미일자동차 협상과는 달리 유럽이나 캐나다등 주요국들이 모두 미국을 지지하는 상황이어서 우리나라는 어떤 경우든 국내시장의 추가개방이 불가피할 것 같다.<이종재 기자>이종재>
◎미국 입장/“시장개방 완전쟁취” 단호/“협의 실패땐 응징 불가피” 으름장 무차별 수입압력
이번 한미 자동차 협상에 임하는 미국측의 태도는 결연하다. 한국의 자동차 시장을 완전히 개방시킴으로써 통상분야에서의 클린턴행정부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얼마전 막바지까지 저항하던 일본을 슈퍼301조에 따른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 지정으로 무릎을 꿇린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도 협의가 실패로 끝날 경우 즉시 슈퍼301조를 발동할 것임을 시사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무역대표부(USTR)의 미키 캔터 대표는 협상 하루전인 18일 NBC 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번 협의에서 「실절적인 양보」를 하지 않으면 응징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못박으면서 일본도 PFCP에 지정된 후에야 보다 성의있는 태도를 보였음을 강조했다. 오는 27일을 PFCP지정의 마감시한으로 잡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협상이 실패할 경우 물리적으로도 더 이상의 협의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정부가 현재 한국측에 요구하고 있는 「실질적인 양보조치」는 ▲외제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개선 ▲관세추가인하 및 세제개선 ▲형식승인폐지 ▲할부금융회사설립허가등이다. 미국은 우선 한국정부가 지난 80년대 말 소비억제 캠페인을 벌이면서 외제차소유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등 구매의욕을 저하시켰던 만큼 이에 상응하는 반대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즉 소비자가 미국자동차를 사고 싶어도 정부가 유형 무형의 압력을 넣어 못사게 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6월 한미무역실무회의에서 한국정부가 관용차를 외제차로 사용하는 적극성을 보이라고까지 요구했었다.
USTR는 이와함께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지난해 1백74만대, 올 7월까지 92만대가 수입된 한국차에 단지 2·5%의 수입관세만을 부과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한국도 현행 8%의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 동등하거나 최소한 비슷한 대우를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또 특소세 교육세 자동차세등 한국내의 9개 관련 세제가 자동차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미국차에 특히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를 수입함에 있어 관세(2.5%)만 지불하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한 회사단위로 승인 및 검사가 자유로운 네거티브 시스템인 점을 강조, 38가지 형식승인 요건을 수입차에 정해놓고 품목별로 검사하는 한국측의 포지티브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자동차 할부금융회사를 한국내에 설립하려고 해도 한국정부가 외국인 투자 비율을 49%로 제한하는등 방해한다고 판단,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정부로서는 한미자동차협상 자체가 미국내 3대 자동차회사(빅3)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낸 「한국의 자동차 시장개방 촉구 서한」으로 시작된 것인 만큼 부담도 적지않아 한국의 양보냐 슈퍼301조 발동이냐 양단간에 결정을 내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워싱턴=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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