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대중·역사소설류 번역출간 편중 탈피/순수문학쪽 관심고조 본모습 이해노력 활발소설 「태백산맥」의 일본어번역자들이 한국을 방문, 작품의 무대를 작가와 함께 돌아보는 문학기행을 가졌다. 소설의 시발점인 여순사건의 무대 여수에서 출발한 일본번역진은 15일부터 17일까지 염상진 김범우 염상구 심재모 소화 정하섭 하대치등 작중 인물들이 터를 두었던 전남 보성군 벌교읍내를 둘러보고 순천을 거쳐 빨치산의 거점이었던 지리산을 찾았다.
92년 작가와 번역·출판을 계약한 일본 슈에이(집영)사의 번역진은 한국문학을 전공한 가와무라 미나토(천촌항·일본 법정대교수)씨 부부와 30·40대 여성등 모두 5명. 감수를 맡은 재일동포 윤학준(윤학준·63·일본목백대 교수)씨, 출판·편집책임자 이와오 기미에(암미기삼강)씨도 동행했다.
10권 분량이 될 「태백산맥」 번역은 50% 정도 진행된 상태. 전라도사투리와 욕설이 워낙 많아 작업이 어렵다. 그래서 번역진은 작가에게 『맹감나무(빨치산들이 땔감으로 쓰던 다년생 목초)가 뭐냐』고 묻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욕설의 뜻을 받아 적었다.
「태백산맥」의 번역과 더불어 고은의 불교소설 「화엄경」도 도쿄외국어대 사에구사 도시가쓰(삼지수승)교수의 작업으로 번역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또 내년에는 일본문예지 「쓰바루(묘)」에 한국작가로는 처음 이문열특집이 실리게 되는등 일본 내에서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문학소개는 문학성보다 그 작품이 일으킨 사건에 주목해 이루어졌다. 김지하 황석영이 널리 알려지고, 「광장」(최인훈) 「낫」(윤흥길)등 분단을 소재로 한 소설이 번역된 것도 대부분 그런 이유이다』―윤학준씨의 설명은 성격은 다르지만 한국에서의 일본문학 소개실태에도 엇비슷하게 적용된다. 「설국」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천단강성)의 작품을 제외하면 10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일본 무사들의 활약을 다룬 이른바 「사무라이」 역사소설들이나 「빙점」등 대중소설이 한국서 읽히는 일본문학의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무라카미 하루키(촌상춘수)등 일본 인기작가열풍에다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랑)의 노벨상 수상으로 일본 순수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하목수석)로부터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다카하시 겐이치로(고교원일랑)까지 근·현대작가 12명의 선집이 웅진출판에서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으며, 시사일본어사가 일본 명작시리즈로 메이지(명치)유신 말기부터 1940년대까지 근대작가 10명의 작품을 내고 있는 사실이 그러한 현상을 방증한다.
한양대 윤상인 교수는 『최근 일본 문학의 본모습을 보여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평가하면서 『일본 문학작품의 번역은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판단과 일정한 잣대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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