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광주비엔날레」가 20일 개막된다. 「경계를 넘어」란 주제아래 2개월동안 50개국 작가 92명의 작품 88점이 선보이는 본전시회 외에 피카소 샤갈등 60개국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특별전과 각종 부대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지방도시가 이같은 대규모의 국제적 미술제전을 개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예향 광주가 미술의 메카로 거듭 태어나는 경사라고 할 것이다.비엔날레하면 올해로 1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떠오른다. 이는 도시가 주최한 문화행사의 효시로 도시발전의 한 기둥이 됐다. 이에 자극을 받은 칸 상파울루등 많은 도시가 영화제나 비엔날레등의 문화행사를 통해 도시 이름을 높이고 도시 및 문화발전도 꾀하고 있다.
광주가 이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한 의미는 크다. 내적으로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자치단체가 마련한 첫 국제적인 문화행사란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지방의 중앙에 대한 「문화쿠데타」라고 할 것이다. 앞으로 각지방의 문화활동을 자극, 문화행사가 지나치게 중앙에 편중되는 현상을 해소해 균형있는 문화발전을 이룩하고 나아가 각 지방이 국제적 규모의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미술계로서는 지난 6월 베니스 비엔날레 행사장에 한국미술 해외진출의 전진기지인 독립관을 신축한데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이제 우리 미술계의 저력을 외국에 알릴 수 있는 토대가 안팎으로 마련됐다고 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광주 비엔날레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열리는 최대의 미술행사로 그동안 미술행사가 구미중심으로 이뤄져 온 관행을 깼다는 점만으로도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벌써부터 이 전시회가 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피고 21세기 미술지표를 설정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짧은 준비기간으로 홍보부족등 아쉬운 점도 있지만 광주 비엔날레가 지방이나 국내행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뿌리 내리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운영면에서의 독자성과 국민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국가관 형식의 베니스 비엔날레, 남미중심의 상파울루 비엔날레등과 다른 특성을 지녀야 한다. 아류가 되어서는 안된다. 공정한 운영을 통해 유능한 작가를 인종·지역제한 없이 초청하고 항상 도전과 실험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도 광주 비엔날레를 지방행사란 인식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년마다 열릴 이 미술제전이 권위있는 국제행사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의 여부는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개최와 성공을 위해 이번에 어려움을 겪은 기금마련도 도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민주화상처를 안고 있는 광주의 아픔을 부드럽게 하고 한국미술발전의 한 터전을 마련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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