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마거릿 대처여사가 총리에 선출됐을 때 프랑스인들은 「또 앵글로 색슨에게 한발 뒤졌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여자 총리가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재보려는 마음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취임후 3년만에 발발한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군사정부의 도전을 여지없이 분쇄했고, 노조를 굴복시켜 「영국병」으로까지 불리던 만성적 불황을 해결했다. 11년의 재임기간동안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강력한 보수 우익 외교노선을 지켜 마침내 동유럽의 붕괴를 이끌어 내는데 한몫을 해내기도 했다. ◆미국 정가는 요즘 「흑인 아이젠하워」로 불리는 걸프전의 영웅 콜린 파월 전합참의장의 정계 데뷔와 베이징의 세계여성대회에 참석한 힐러리 대통령부인의 얘기로 떠들썩하다. 여론조사들은 파월이 대통령 3수생인 보브 돌 상원의원 대신 공화당 후보로 나올 경우 클린턴 대통령을 문제없이 이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힐러리여사는 한동안 너무 나선다는 비판에 따라 공식활동을 자제해 왔었다. 그에게 베이징 여성대회는 숨겨진 보석같은 그의 능력을 천하에 과시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기회였다. 그는 인권문제를 거론못하도록 하려는 중국의 압력을 물리치고 특유의 유창한 언변으로 중국여성의 참상을 세계각국 5만명의 청중에게 고발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의 정치현실에서 흑인 대통령이나 여성 대통령은 아직 가능성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즐길 수 있는 상황만이라도 허용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우리에게도 참신한 정치인의 등장을 알리는 시원한 소식이 간절하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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