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개방문제를 놓고 미국과 「마지막 담판」을 벌이기 위해 정부 실무대표단이 17일 출국했다. 만약 협상이 실패한다면 미무역대표부(USTR)는 10여일후 의회에서 우리나라를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 즉 말로만 듣던 「슈퍼 301조」적용국가로 지정하게 된다. 모든 수출품에 무차별 무한대의 보복을 취할 수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던 일본 자동차시장도 끝내 무장해제시켰던 바로 그 공포의 슈퍼 301조다.무거운 짐을 지고 떠나는 협상대표들은 『결과를 예단하지 말자.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부 의회 자동차업계가 삼위일체가 되어 우리나라에 「본때」를 보이기로 작심한 이상 웬만한 협상카드로는 사태를 호전시키기엔 역부족인듯 싶다.
그런데 급박하게 전개되는 슈퍼 301조기류와는 달리 우리 정부는 애초부터 느긋했다. 『협상이 깨져도 무방하다』는 태도가 협상준비에 참여한 부처마다 만연했다. 더이상 자동차시장의 빗장을 잠가둘 명분이 없고 미국요구의 수용없이는 슈퍼 301조 저지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났는데도 해당 부처·부서들은 『우리쪽에선 미국요구를 들어줄 것이 없다』며 현실을 애써 외면했다.
왜 그랬을까. 『협상이 깨지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미국요구를 수용, 협상이 성사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관련 제도를 고쳐야 하고 야당 업계 시민단체는 「굴욕외교」라며 들고 일어난다. 대세(개방)에 따라 협상에 성공하고도 쫓겨난 관료는 많지만 협상실패때문에 물러난 사람은 없지 않느냐. 뒷일을 생각하면 차라리 결렬을 바랄 때가 많다』 이번 협상준비에 간여한 한 정부당국자의 말이다.
개방이 불가피하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설득할 용기가 없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가 한미통상협상에서 또한번 되풀이될 것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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