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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월급(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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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월급(장명수 칼럼)

입력
1995.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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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남자」시리즈가 크게 유행하여 새로 지어낸 우스개 말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50대의 간 큰 남자는?』 『그 나이에 마누라에게 말대답하는 남자』정도로 가볍게 시작된 농담이 줄기차게 이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가정에서 남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저녁늦게 귀가하여 밥을 달라는 남자, TV채널을 마음대로 돌리는 남자, 외출하는 아내에게 어디 가느냐고 묻는 남자, 아내에게 돈을 주고 어디 썼느냐고 묻는 남자… 등을 모두 「간 큰 남자」라고 몰아붙이는 시리즈는 남편의 권위가 생활전반에서 골고루 약화돼가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도대체 권위의 추락이 언제부터, 왜 시작된 것인가.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식사모임에서 그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 선생님은 『각 직장에서 월급을 은행계좌에 넣어주고 있는 것이 남편의 발언권을 약화시킨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적든 많든 남편이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갖다줄때는 『한달동안 수고하셨어요』라는 인사라도 들었고, 자기 용돈을 미리 뗄 수도 있었는데, 통장이 아내의 수중으로 넘어간 후에는 월급을 만져보지도 못한채 한푼 두푼 타 쓰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남녀 선생님들이 모두 그 말에 동의했다. 계속 돈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는 종속관계가 생기는데, 통장이 그 관계를 애매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해석도 나왔다. 통장의 돈은 분명히 남편 월급이지만, 남편이 직접 현금을 갖다주는 행위가 사라지고 보니 그 돈은 단지 한 가정의 생활비라는 인식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형편이 이러하므로 많은 월급쟁이들은 통장에 입금되지 않는 돈을 가뭄에 단비처럼 반기게 되었다. 어쩌다 수당같은 것이 현금으로 나오면 아내에게는 시치미를 떼고 돈 좀 만져보게 된다. 그 식사모임에는 여자교장선생님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 남자선생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여 가끔 적은 돈은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남편의 권위 추락이 더욱 실감이 난다. 현금으로 지급된 수당등을 아내 몰래 갖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 돈을 자기가 떼어 먹으며 기뻐하는 것이 아닌가. 월급통장을 아내로부터 되찾을 길은 없을까. 그런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그는 분명히 「간 큰 남자」시리즈에 들어갈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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