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예술의 양식을 비교해 보는 일은 재미있다. 우리 음식은 전통적으로 밥, 국, 반찬이 모두 한 상에 올라온다. 그런데 중국음식은 애피타이저에 해당되는 부분만도 요란하다. 중국음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본식이 들어오기 전에 배가 차버리기 일쑤이다. 서태후가 아침에 즐긴 죽의 종류만도 60여가지에 이른다고 하니 말해 무엇하겠는가.다양성을 강조하는 복층문화의 단적인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일본의 경우에도 전통과 현대가 바퀴와 바퀴살처럼 어우러져 돌아가는 복층형 문화를 보이고 있다. 양식을 즐기면서도 아직 일본식탁엔 일본도를 연상시키는 긴 소독저나 국화꽃, 그리고 일본차가 손님을 맞는다. 외형으로만 보면 가장 서구지향적인 것같은 일본이 그 중심만은 태풍의 눈처럼 일본의 혼으로 무장돼 있는 것이다.
몇년전에 서울대 미대와 교류전을 열어온 도쿄예대 일본화과 교수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일본화는 오카쿠라 텐싱(강창천심) 이래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신일본화경향이 첨단의 서구적 사조와 한 울타리 안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바싹 마른 장작처럼 삽시간에 타고 끝나버릴 것같은 우리나라의 문화단층주의적 현상은 미술에서도 보인다.
70년대에는 미니멀사조가, 80년대에는 사회적, 정치적 상상력이 그리고 90년대에는 설치미술이 우리 미술의 전부가 돼버렸다. 마치 O, X문제의 해답찾기처럼 전부 아니면 전무이다. 언젠가 신문기사를 보니 오늘의 미술은 20%쯤이 건축적 요소, 30%가 테크놀로지와 결부된 요소, 20%쯤이 사진요소, 그리고 색칠하고 그리는 「고전적 경향」은 기껏 20% 내외라는 것이다. 「평면」의 영원성을 믿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참 충격적이었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전반에 있어서 좀처럼 다양성의 폭이 용인되어지지 않는다. 문화적 단층주의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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