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3년여 공포서 해방 보행자유 만끽/평화정착까진 아직 곳곳 험로유혈내전의 한복판 사라예보시에 평화의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내전을 촉발시킨 세르비아계가 사라예보 봉쇄를 해제하고 이에따라 14일 한동안 폐쇄됐던 사라예보 공항이 재개되자 사라예보 시민들은 마치 내전이 끝난 듯한 흥분과 희망에 들뜨고 있다.
특히 사라예보의 라디오 방송 등 언론은 이날 4백톤의 긴급 구호품을 실은 유엔수송기 2대가 5개월만에 처음으로 사라예보 공항에 도착하자 긴급뉴스로 전하면서 『평화의 사도들이 다시 사라예보의 땅을 찾았다』고 흥분했다.
유엔 수송기에 탑승해 사라예보에 도착한 샤를 미용 프랑스국방장관도 사라예보가 세르비아의 봉쇄에서 풀린 이날을 「평화의 날」로 선포, 축제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내전의 광마에 옥죄였던 30여만명의 사라예보 시민들도 서서히 삶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비누와 치약등 기초 생필품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던 사라예보 시장에 바나나와 오렌지등 신선한 과일및 야채가 대량 반입되고 있다. 또 세르비아계의 저격을 우려해 외출을 삼가던 시민들은 이제 사라예보 중심가를 자유롭게 활보하며 되찾은 「보행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간 석탄과 기름의 수급사정도 한결 원활해지면서 기름이 없어 운행을 못하던 승용차들이 다시 거리에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르비아계의 무자비한 무력도발과 인종청소에 짓눌려 지난 41개월간 공포와 헐벗음속에 살아온 사라예보 시민들로선 모처럼 찾아온 평화에 오히려 불안을 느낄 정도. 보스니아정부도 내전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곧 내전 복구를 위한 체계적 준비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라예보의 평화움직임과 때를 같이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도 15일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의 후견국인 세르비아공화국에 대한 우호적조치로 경제제재를 6개월간 연장하면서 그 내용을 대폭 완화했다.
그동안 서방에 적개심에 가까운 분노를 표시해온 사라예보 시민들의 분위기도 달라져 서방, 특히 나토공습을 주도한 미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총 7백50회의 대세르비아계 공습이 보스니아 사태의 극적 돌파구를 열었다고 판단한 시민들은 공습때마다 동네 술집에 모여 「클린턴 만세」를 외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토의 「세르비아계 때리기」에 묘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전선에서도 희망찬 소식들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보스니아 중서부에서는 연일 보스니아군의 진격으로 빼앗긴 영토들을 속속 되찾고 있다. 보스니아군은 크로아티아군과 합동작전으로 돈이바쿠프지역을 완전장악하면서 내전주도권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물론 보스니아의 평화를 단언하기엔 아직 이르다. 세르비아계가 보스니아 동부에서 비행중인 나토전투기에 미사일을 발사하는등 나토의 의지를 실험하고있는 데다 향후 보스니아 평화협상을 놓고 가야할 길도 멀고 험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사라예보에 평화의 봄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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