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백화점 매장 폐장 속출 쇼핑천국 무색/최근 10년간 50만명 이민… 주윤발·장국영도 “수속중”/중 “1국2체제” 설득불구 기업들 해외 이전홍콩이 술렁거리고 있다.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되는 97년 6월의 마지막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인들은 『아무 걱정 없다』며 겉으로는 태연해하지만 속으로는 재산을 안전지대로 슬금슬금 빼돌리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등 이미 「97년이후」를 위한 대비를 하고 있다.
홍콩의 술렁거림은 거리에서 금세 느낄 수 있다. 쇼핑 천국인 홍콩에 문을 닫는 상점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번화가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의 미스코시나 홍콩의 레인 크로포드, 에스프리등 유명 백화점들은 이미 일부 매장을 폐쇄하고 종업원들을 줄이고 있다. 상점들이 몰려 있는 상업지역에서는 수개월 동안 문을 닫아 놓은채 세를 놓는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상점들을 쉽게 볼수있다. 상인들은 그렇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불안한데 임대료까지 올라 장사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귀속이후의 불안한 장래때문에 마음을 잡지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경찰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중경삼림」이란 제목의 영화가 대인기를 끄는 것도 이러한 사회분위기 탓이다.
아예 이민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80년대 중반이후 최근 10년간 50만명의 홍콩인이 홍콩을 떠났다. 올해초부터는 한동안 가라앉았던 이민신청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관료나 경찰간부등 공무원 사회와 일부 블루칼라의 동요가 심하다. 홍콩 액션영화의 간판스타 주윤발은 싱가포르로, 장국영은 캐나다로, 그외 많은 스타들이 해외 이민의 길을 터놓고 관망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에 진출한 외국의 기업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돼있는 5백28개 회사의 절반 정도가 법적 본거지를 영국령인 버뮤다로 이미 옮겼다. 얼마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금융부서는 인도로, 영업분야는 호주로 업무를 이관했고 제조업체들은 생산기지를 찾아 중국으로, 동남아로 나가고 있다.
중국 상인들의 홍콩 진출은 다른 측면에서 홍콩인을 괴롭히고 있다. 홍콩에서 영업중인 중국 기업은 지난해말 현재 모두 1만6천여개로 영 중 양국이 홍콩 반환에 합의한 85년에 비해 70배나 늘어났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홍콩경제의 구석구석을 장악하고 있다. 정치에는 도통 무관심했던 홍콩 상인 기업인들이 「사유재산가의 소리」라는 이색 정당을 창설한 것도 중국기업의 급속한 진출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이 이색정당은 자본주의 수호를 위해 97년 이후 중국 공산당 정부와의 힘겨루기를 염두에 두고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당국은 홍콩인들의 동요 움직임을 간파하고 이를 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국 2체제 인정과 반환후 50년간 자본주의제도 지속을 거듭 천명하고 홍콩을 「아시아의 뉴욕」으로 발전시킬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약효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 ▲영어가 광둥어와 만다린에 의해 대체되고 ▲중국의 자의적 통치로 부패와 비합리가 늘뿐더러 ▲언론통제의 강화 ▲자치권의 축소등을 들어 홍콩의 장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이백규 기자>이백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