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독재국가들의 두드러진 속성은 철저한 비밀주의다. 인구와 경제지표등 기본적인 국세통계를 공표할 경우 적에게 이용의 기회를 준다며 사실을 은폐하거나 멋대로 부풀려서 발표해 왔다. ◆언젠가 흐루시초프는 정치국회의에서 「과연 소련의 진실은 무엇인가」라고 화를 냈다. 당과 정부가 낸 농업생산통계대로라면 해마다 20∼30%씩 증산된 대풍이어서 거의 전세계를 먹여 살릴 수가 있는데 지방에 가면 식량부족사태가 심각하여 결국 적인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식량을 사들여 오는 수모를 겪게 되자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북한정권 역시 상세하고 정확한 통계를 밝힌 적이 없다. 그나마 1946∼1965년까지는 연도별로 사회총생산액을 발표해 오다가 그후에는 「조선중앙연감」이나 김일성이 신년사에서 이따금 일부 숫자를 밝히곤 했다. 예를 들면 「86년의 공업총생산액은 46년에 비해 5백40배로 성장했다」는 식이다. 김일성이 80년 신년사에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천9백20달러라고 발표하자 공산종주국인 소련과 중국마저 고개를 저었다. ◆북한이 당초 이번 수해 규모를 이재민 5백20만명에 1백50억달러라고 했을 때 모든 나라들이 의구심을 가졌던 것은 당연하다. 이재민수가 전체인구의 4분의 1이나 되고 피해액이 93년 북한의 국민총생산액 2백3억달러(국제기구추정)의 70∼80%라면 국가가 파산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김일성도 생전에 통계일꾼들의 부풀리기·거짓보고를 질책한 적이 있지만 북한은 이제부터라도 정확한 인구수와 각종 경제지표를 공개해야 한다. 역사 위조와 함께 통계위조를 계속할 경우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끝내 붕괴를 자초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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