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서도 “세계유산 지정변수” 국제 관심사로/최근에 지하화 검토따라 해법 실마리경부고속철도의 경주통과 문제는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문화체육부가 8월말 건설교통부등에 도심통과노선을 외곽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며 불붙기 시작한 논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계속되고 있다. 문체부는 이 공문에서 『도심통과노선이 강행될 경우 경주구간에 대한 발굴허가 유보를 검토하겠다』고 유례없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건교부는 8월31일 노선을 변경할 경우 전체 공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등을 들어 도심통과노선을 고수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특히 지난 6일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부처간 조정회의에서도 양 부처는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고고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던 고속철도 경주도심 통과노선시비는 문체부공문 파문을 계기로 다시 불거진 셈이다. 최근 방한한 페데리코 마요르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주돈식 문체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고속철도가 경주를 관통할 경우 경주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 이 문제는 국제적 관심사로까지 비화했다.
지난 12일 주장관과 신경식 국회문화체육 공보위원장등이 참석한 당정회의에서는 경주통과노선에 반대하는 입장을 확인했다. 주장관은 이어 13일 하오 프레스센터에 문화재전문위원과 예총회원등 문화예술계 인사 30여명을 초청, 문체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고도보존을 위해서 외곽노선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간담회에서는 외곽노선이 수용될 경우 건천역을 중심으로 부도심을 개발하고 기존의 경주시는 국제적 문화관광도시로 개발하는 방안등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는 지금까지 노선이 변경되면 대전 이남구간 개통이 3년 6개월이상 늦어지고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경주도심구간 실시설계에 투입된 85억원과 개통지연에 따른 비용손실등 8조원 가량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건교부는 최근 경주노선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의견차이가 좁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문화유산 보호」를 강조하는 문체부와 「국가정책적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내세운 건교부의 입장차이는 결국 경제논리와 문화논리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귀중한 문화재가 개발에 밀려 파손되고 을숙도 가덕도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구역도 각종 건설사업으로 파괴되는 현실에서 앞으로 비슷한 논란이 발생할 경우 중요한 전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앞으로 열릴 국무총리실 주재의 조정회의에서 극적으로 타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아직은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결국 여론의 향배와 고차원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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