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 3년반만에 세계포위망 풀릴듯/영토경계선 확정까진 아직도 멀고 험한길보스니아 세르비아계가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의 무력공세에 굴복해 14일 사라예보 주변의 중화기 철수에 합의함으로써 보스니아 내전이 평화로 가는 돌파구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92년 4월 보스니아 내전 발발 이후 내내 고립됐던 보스니아공화국 수도 사라예보는 3년 반만에 세르비아계의 포위망에서 풀리게 됐다.
이번 합의는 그동안 중화기 철수를 완강히 거부해온 세르비아계 군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까지 동의, 보스니아 내전에서 말로만 끝났던 다른 수많은 약속들과 달리 실현 가능성이 높다. 또 보스니아 내전 당사국인 보스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3국이 지난 8일 제네바에서 보스니아 평화원칙에 합의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더욱 가치가 있다. 이 평화원칙에서 사라예보를 보스니아영토로 한다는 부분은 중요한 전제조건중 하나이다. 이번 합의가 매우 중대한 진전이며 이를 계기로 이르면 25일 늦어도 수주 안에 최종적인 보스니아 평화안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나토는 지난달 30일부터 나토 사상 최대의 군사작전을 펼쳐 세르비아계의 전력에 큰 타격을 가했으며 보스니아 정부군과 크로아티아군은 이 틈을 타 반격을 개시, 보스니아 중부와 서부의 세르비아계 장악지역을 상당수 탈환했다. 세르비아계는 최대 도시인 반야 루카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자 어쩔 수 없이 나토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나토는 일단 세르비아계의 뻣뻣한 고개를 꺾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 합의가 곧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제네바에서 이뤄진 합의는 보스니아 영토 분할과 연방제라는 평화 원칙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어 이 원칙에 따라 새로 구성될 보스니아 연방의 헌법과 구체적인 지도 그리기, 사라예보의 지위 등 문제의 해결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특히 사라예보의 장래 지위는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보스니아 정부는 수도인 사라예보의 땅을 한치도 내놓으려 하지 않지만 세르비아계는 그 일부를 요구하고 있어 사라예보는 발칸반도의 예루살렘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라예보는 세르비아계의 공격이 뜸해진 지난 2주간 모처럼 평온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이 길바닥에 나와 놀기 시작했고 주유소가 다시 문을 열었으며 베네통 전문매장도 등장했다. 이번 합의로 포위망이 풀리면 식량과 의약품등 유엔 구호물자의 반입도 늘어날 것이므로 시민들의 겨울나기 걱정도 전보다 덜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짧은 평화가 영구적인 것이 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하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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