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9일 서울의 지하철 역에서 일어난 미군들의 폭행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가 왜곡되고 무책임하며 악의적이라는 비난이 미국측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국대사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조셉 나이 미국방부 차관보는 성조지및 주한 미군방송과의 회견에서 그같은 주장을 했으며, 나이 차관보는 『그러한 사태의 해결책은 언론인에 대한 더 많은 교육』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그후 레이니대사는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뉴욕타임스에 인용된 자신의 말은 많은 사안들을 논의했던 대화중의 일부일 뿐인데 오해를 불렀다고 해명하고 『그러나 미군이 연루된 사건들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사실들이 누락됐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5월20일자 각 신문은 <19일 밤 11시 지하철역에서 술취해 떠들던 미군 일행 십여명이 한국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등 희롱하자 조정국(30)씨가 제지하다가 뭇매를 맞았고, 이를 목격한 승객 50여명이 경찰서에 몰려가 미군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은 한·미행정협정에 의해 조사조차 못한채 미군들을 미8군에 넘겼다> 고 보도했다. 그 사건으로 한·미행정협정의 불평등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들끓게 됐다.
이번에 레이니대사는 『한국시민들이 미군에게 희롱당했다고 생각한 여성은 미군의 한국인 아내였으며, 조씨가 먼저 그 한국인 아내에게 침을 뱉고 뺨을 때렸는데, 한국언론은 사건의 전모를 알리지 않았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건직후 미군들은 미8군에 넘겨졌고, 경찰은 피의자 진술조서 한장도 받지 못했으므로 기자들은 사고당일 미군들의 주장을 취재할 수 없었다.
현재 서울지검이 맡고있는 그 사건은 조씨의 주장과 미군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레이니대사와 나이차관보의 한국언론에 대한 비난은 미군들의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조씨는 희롱당한 여성이 미군의 아내가 아닌 다른 승객이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한국신문의 기사가 불완전하고 감정적이었다는 지적은 한·미행협이 취재를 방해한 면이 있더라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그동안 미군들이 저질러온 숱한 범죄들, 윤금이여인 살해사건같은 잔인한 범죄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기사의 바탕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언론인의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에 주둔하는 군대의 교육이다. 자기아내라 할지라도 한국의 지하철에서 엉덩이를 만지며 희롱했다면, 그것은미군당국의 교육부족 탓이다. 평등한 관계를 향해서 나아가려면 상대의 입장과 정서를 좀더 잘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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