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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값 나라값/최규식 국제1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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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값 나라값/최규식 국제1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5.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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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은 누구에게나 귀중하고 평등한 것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나라별로 「사람값」이 다르게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이다.하루종일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 오는 외신을 처리하면서 문득 그런 느낌을 갖는다. 세계 곳곳에서 분초가 멀다하고 일어 나는 그 많은 사건 사고들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휴지처럼 버려진다. 기사화된다해도 원인과 배경, 우리와의 관계나 독자들 관심도등에 따라 자리잡는 면과 크기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기사평가에 차이

좀 안된 얘기이지만 예를 들어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등지에서 대홍수로 수천명의 사망자가 생겨도 기사가 눈에 확 띌만큼 크게 보도되지는 않는다. 우리와 큰 이해가 걸려 있지 않은 나라들인데다 홍수가 연례행사처럼 자주 일어나니 기사의 비중이 떨어진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면 더욱 비교가 된다.

아프리카의 경우는 기아나 질병, 내전등으로 수만명이 죽어 가는 상황이 되어서야 기사가 비로소 크게 취급되기 시작한다. 세계 각국이 저마다 「지구촌한가족」을 말하지만 기사를 자기나라를 중심으로 판단해 다루기 쉽고 이는 어느 나라 언론이고 피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미 비자정책 허점

그렇지만 이런 자기 중심의 사고가 국가간 관계에까지 확대돼 상대방의 「나라값」을 일방적으로 매기는 것으로 보이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얼마전 미국무부가 현단계에서는 한국을 비자면제 대상국에 포함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는 워싱턴발 보도가 있었다. 미국이 자국에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비자를 요구하지 않는, 이른바 비자면제대상국은 모두 22개국이다. 아시아의 일본과 브루나이, 뉴질랜드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유럽국가이다. 쉽게 말해 일본인은 미국에 비자없이 입국해 90일이내까지 체류할 수 있지만 한국인은 단 하루를 미국에 머물다 오려고 해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35개국」을 제외하고는 미국을 포함 세계 어느나라 국민에게도 15일정도의 단기체류 경우에는 비자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미관계에서 무조건적인 「상호 동등」을 요구하기 힘든 현실적 요소는 많다. 비자문제만 해도 미국인의 한국 불법입국·체류·취업보다 한국인의 그것이 훨씬 많으니까 한쪽이 다른 한쪽을 대우하는 방법에 차이가 생겼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해도 미국이 우리의 위상에 걸맞게 대우해주고 있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유럽국가들중에는 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좀체 허용치 않는 비자면제를 한국에 부여하고 있는 나라가 많다. 그것이 한국의 객관적 나라값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사관앞 장사진

미국은 당장 한국을 비자면제대상국에 포함시키는데 어려운 요인이 있다면 한국에서의 비자발급업무라도 우선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가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인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할 때부터 그동안 미국에 대해 품었던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헤아려 봐야 한다. 한국의 나라값이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사람들로 서울의 미대사관 주위가 하루종일 장사진을 이루는 정도」밖에 안되는 것인지 한국의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나라값을 너무 일방적으로 매겨서는 자신에게 되돌아 오는 평가 역시 좋을 리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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