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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드르디,태평양의 끝/미셸 투르니에 지음(화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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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드르디,태평양의 끝/미셸 투르니에 지음(화제의 책)

입력
199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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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문명 길걷는 「로빈슨 크루소」 그려「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걸리버여행기」등은 18세기 식민지 개척시대에 나온 소설들이다. 당시의 서양역사와 사회이념을 반영하고 있는 이 영국소설들은 서양문명의 우월함이나 재화를 향한 그침없는 탐욕을 바탕에 깔고 전인미답의 땅에서 그 문명인들이 펼치는 모험을 그려내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2백50년 뒤에 리메이크한 「로빈슨 크루소」(1719년 작)는 다니엘 디포의 작품에 양념을 치거나 분위기를 바꾼 정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서 프라이데이는 있으나마나 한 존재였고 진리는 로빈슨의 입에서만 나왔지만, 투르니에의 방드르디(프라이데이의 불어)는 자연과의 동화를 문명인에게 가르치는 교사이다. 디포의 로빈슨은 난파선의 표류물을 주워 모아 무인도에 작은 영국식민지를 건설하는 회고적 인간이었지만 투르니에의 로빈슨은 문명의 질서를 벗어 던지고 원시적 인간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생존을 지키며 문명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문화를 초월하는 야심찬 도전이 인류학적 상상력에 바탕해 그려지고 있다. 고려대 김화영교수가 옮겼다. 민음사간·6천5백원<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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