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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소환 파문(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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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소환 파문(장명수 칼럼)

입력
199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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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매키넌 외무장관은 13일 『우리는 사람을 담요로 둘둘 말아서 비행기에 실어 보낼 힘은 없다. 우리는 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 난민 심의 절차는 유엔헌장에 규정돼 있어 급하게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외신이 보도하고 있다. 그 말은 전외무부 행정관 최승진씨의 조기송환을 요구하면서 이동익 주뉴질랜드 대사를 소환한 한국정부의 처사에 대한 언급이다.사람을 담요에 싸서 보낼 힘이 없다는 그의 표현은 기분 나쁘게 들린다. 그의 말은 한국정부의 처사가 국제관례에 비추어 무리한 것이라는 비난을 담고 있는데, 동백림 사건때 우리의 중앙정보부가 유럽에서 범죄 혐의자들을 잡아 들이던 수법을 연상시켜 남 몰래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우리 외무부의 태도에 석연치 않은 느낌을 품고 있고, 그때문에 매키넌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적절한 항변의 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동익대사의 소환은 직원 감독을 잘못 했다는 문책 인사인지, 뉴질랜드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인지, 국내 정치까지 의식한 다목적 조치인지, 분명치 않다. 외무부는 문책인사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문책치고는 시기가 너무 늦은데다가 당분간 후임대사를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문서변조 말썽이 터진지 석달이나 됐는데 이제와서 외교적 마찰의 위험을 무릅쓰고 문책인사를 한다는 주장은 궁색하게 들린다.

문서변조 사건의 진상이 무엇이든 간에 외무부는 상처를 피하기 어렵다. 최승진씨가 문서를 변조했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그가 외무부 직원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무부는 사고가 일어난 부서답게 몸을 낮추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해야 옳다. 지방선거 직전 문서변조를 주장하는 야당을 고소할때도 외무부 간부진의 이름을 총동원하는 과잉대응으로 눈총을 받았는데, 이제 다시 대사소환이라는 초강경조치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집안망신을 국제사회로 끌고나가 소리지르는 것처럼 민망하다.

외무부는 세계화의 첨병으로 그 어느 부서보다도 균형잡힌 국제사회의 양식을 지녀야 한다. 무책임한 폭로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야당이 밉고, 일시적으로 국내정치에서 곤경에 처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양식에 어긋나는 무리수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문책인지 항의인지 애매한 이중적 입장을 취하는 외무부의 태도가 이미 국민에게 떳떳지 못한 인상을 심고 있다. 외무부는 잣대를 빨리 국제규격에 맞춰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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