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항 힘겨운 “티베트 독립 외교”/파장우려 백악관서 옹색한 클린턴 면담/미 “중에 회담촉구” 성명 국제공론화 성과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60)를 13일 백악관에서 맞이한 빌 클린턴미대통령의 의전형식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평소에는 백악관 회견실에서 당당히 외빈을 맞았지만 이날은 앨 고어 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공식회동하는 자리에 들르는 형식으로 옹색하게 그를 맞았다. 이는 물론 다음달의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기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어색한 의전과는 달리 달라이 라마를 영접한 클린턴 대통령과 고어부통령의 태도는 시종 진지하고 정중했다. 지난 59년 중국의 티베트 강제합병이후 36년간 줄기차게 비폭력 독립운동을 펼쳐온 그에 대한 예우였다. 백악관은 이날 『클린턴대통령은 티베트의 종교와 문화보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달라이 라마와의 현안해결을 위한 고위급회담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까지 발표했다.
달마이 라마로서는 「의미있는」 외교적 승리였다. 티베트가 중국자치구로 편입된지 30주년이 되는 올해를 맞아 티베트 문제를 국제이슈로 공론화하기위한 1단계 목표가 이뤄진 셈이다. 덩샤오핑(등소평)의 건강악화로 초래된 중국의 과도기적 현상황을 이용, 티베트 독립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게 달라이 라마의 복안이다.
그가 티베트 독립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티베트망명정부내 복잡한 역학구도도 관련돼있다.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독립운동 결실이 올해도 가시화하지 않을 경우 그는 망명정부내 2세대 강경파들에 의해 주도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만약 강경파들이 득세해 무력투쟁을 전개할 경우 중국의 무자비한 유혈탄압을 촉발해 또다른 비극을 잉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달라이 라마는 이번 방미를 통해 미정부지도자들은 물론 뉴트 깅리치하원의장과 제시 헬름스 상원외교위원장등 의회지도자들과 만나 티베트 독립을 위한 미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물론 달라이 라마의 독립행보에대한 중국의 반응은 격렬하다. 특히 리 자오싱중국외교부 부부장은 14일 스코트 홀포드주중(주중)미임시대사를 외교부로 소환하는 한편 중국외교부는 『클린턴미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자칫 지난 6월 리덩후이(이등휘)타이완(대만)총통의 방미때처럼 미·중관계가 일시에 경색될 가능성 마저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지난 35년 티베트의 암도성 탁체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달라이 라마의 본명은 텐진 갸초. 그의 나이 5세때 티베트 불교(라마교)의 최고 승직을 의미하는 달라이 라마(14대)에 오른 그는 59년 중국의 합병직후 인도 히말라야 기슭인 다름살라에 망명정부를 수립, 10만여명의 망명 티베트인들을 이끌어왔다.
지난 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운동이 중국의 강경대응을 뚫고 결실을 볼 수 있을 지 주목된다.<이상원 기자>이상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