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애” 강조불구 모양새 신경/북 요청 없으면 「체면치레」 될듯북한 수재 복구에 대한 정부 입장이 점점 더 경직되고 있다.
대북 쌀지원을 둘러싼 홍역을 치른 이후 정부는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한 대북정책의 추진』을 줄곧 강조해왔다.
나웅배 통일부총리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자세를 『쌀회담에서 얻은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수재 지원문제에 관한 한 정부는 처음부터 여론을 앞서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같다. 사실 이날 당정협의의 논의 대상도 본격적인 대북 지원문제보다는 유엔의 현지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례적인 지원문제를 협의키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대한적십자사가 자체재정으로 조달하는 5만달러 상당의 생필품 지원만이 결정됐다. 유엔이 결정한 대북 수해복구 지원경비가 1천5백71만달러이고 일본이 50만달러규모의 지원을 결정한 것을 감안하면 이 결정은 사실상 지원을 하지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당초 정부는 지난 2월 일본의 간사이대지진때 지원규모가 1백만달러였던 점에 비추어 이를 약간 상회하는 규모를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14일 당정협의후 통일원측이 「2백만달러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정부안에 확정된 수치는 없었다고 정부관계자들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참석한 관계자들에 의하면 이날 당정이 이견을 빚은 부분은 지원액수보다는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지원경로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본격적인 대북지원 수순과 관련해서는 당정간에 이견이 없다. 정부도 북한당국의 공식적인 지원요청이 있기 전에는 대북지원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
1∼2백만달러 수준의 의례적 지원은 남북관계에 비춰볼 때 큰 의미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당정협의에서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1차지원안도 처음부터 중요한 논쟁의 대상은 될 수 없는 수준의 문제라는게 정부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약간의 「체면」문제가 걸려있을 뿐이다.
나부총리는 『앞으로 북한의 수해복구 지원은 유엔보다는 동족이라는 입장에서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이루어져야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지원시기나 규모는 확정되지않았지만 지원방법은 남북 적십자 채널을 통한다는 것이다. 남북 적십자회담은 92년 8월7일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무산된 이후 개최되지 않았다. 적십자 채널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접촉제의가 있어야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우리측이 단기간내에 이를 먼저 제의할 것같지는 않다.
결국 본격적인 대북지원문제는 오는 27일 베이징(북경) 3차 남북당국간회담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북측의 공식 지원요청이 제기될 경우 백만달러 수준의 액수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같다.
나부총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북지원의 절차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앞으로 당정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의 협의도 생산적인 것이기 보다는 비본질적이고 맥 빠진 것이 될 확률이 높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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