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서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널리 쓰인다. 정서란 어떤 사물이나 경우에 부딪쳤을 때 일어나는 여러 감정과 상념이며, 또 그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기분과 분위기를 뜻한다. 개인이나 집단 또는 사회엔 나름대로 독특한 정서가 있게 마련이다. 어른의 정서가 있다면 어린이의 것도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도 같을 것이다. ◆영국의 소설가 서머싯 몸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전혀 이해를 떠난 유일한 정서」라고 했다. 자녀에 대한 애정은 조건도 없고 무한하다. 혈연의 사랑은 아름답고 고귀하나 방법과 자세는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문필가 에머슨은 부모의 정서와 다른 어린이의 정서를 주목한다. 「어린이를 존중하라. 너무 부모 노릇을 하지 말라. 그가 혼자 있는 시간을 침범하지 말라」 ◆우리나라 어린이는 몹시 바쁘다. 국민학교 취학 이전부터 부모가 시키는대로 배워야 한다. 속셈 웅변 미술 음악 태권도등 예체능 교육이 일찍 시작된다. 아이들은 혼자서나 끼리끼리 놀 시간이 적다. 부모들의 극성이 어린이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따져 볼 겨를조차 없다. 어른들의 무분별한 경쟁의식 때문이 아닌가. ◆교육에 관한 한 새로운 시책이 나오거나 제도가 바뀌면 부작용이 먼저 나타난다. 과잉교육열의 기현상이다. 만 5세 아동의 국민학교 취학이 허용된다니까 이번엔 조기과외 바람이 불어 닥친다. 예체능 공부는 시들해지고 유아원에서까지 국어 산수 학습채비를 서두른다는 것이다. ◆세상 물정도 모르는 4세짜리부터 고교3학년까지 과외가 이어진다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사교육비의 부담도 그렇지만 어린이의 정서가 크게 염려된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키우는 게 사랑의 바른 길이다. 「너무 부모 노릇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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