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폐막 북경대회 결산/95세계여성대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폐막 북경대회 결산/95세계여성대회

입력
1995.09.15 00:00
0 0

◎“여성의 권력참여·조직화” 천명/“정책결정 적극동참·여성문제는 인간문제” 주창/181국 4만여명 참석 5,000여 NGO포럼 개최 “사상최대”/한국,위안부문제 국제적부각·각국 연대대응 성과오늘 막을 내리는 제4차 베이징(북경) 세계여성대회는 행동강령과 베이징선언문을 통해 여성의 권력 참여를 보다 구체적으로 천명함으로써 남녀 불평등을 시정하겠다는 종전의 자세에서 한걸음 나아가 더욱 적극적인 남녀평등권을 주창한 대회로 평가받게 되었다.30일 화이러우(회유)에서의 비정부기구(NGO) 포럼을 시작으로 개막됐던 이 대회는 유엔 회원국 1백89개국중 1백81개국에서 4만여명이 참석하여 양적으로 여성대회 사상 최대 대회였다.

질적으로도 5천여개의 NGO 포럼이 열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85년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3회 대회때만 해도 1백53개국에서 1만7천여명이 참가했으며 NGO 포럼은 정부기구(GO) 회의의 부수적인 행사로 열려 성과가 미미했다. 특히 나이로비 대회에 불과 18명이 참석했던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 7백여명이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다시 끌어내고 세계여성이 연대하여 대응한다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번 대회에서 집약된 세계여성운동의 주제는 여성의 권력참여(EMPOWERMENT)와 조직화(NETWORKING)로 요약된다. 이 주제는 남성들에게 여성들을 제대로 대우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 이 능동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정책결정에 참여할것이며 이를 위해 여성들 스스로 조직적인 연대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여성의 문제가 여성만이 아닌 인간의 문제라는 점이 부각되었다. 전쟁 중 성폭력을 전쟁범죄로 규정한 것이나 성희롱을 성폭력의 개념에 포함시킨 것이 바로 그런 예이다. 이는 특히 한국 NGO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앞으로 결과가 주목된다.

행동강령 채택을 위한 실무위원회의 토론에서는 수십년간의 성(성)용어 논쟁이 보다 진보적인 젠더(GENDER)로 합의되었고 성생활에 있어서도 여성의 자유의사를 처음으로 명백히 밝혔다. 또 이제까지 여성운동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개도국 여성들과 레스비언들이 NGO 포럼은 물론이고 GO 회의에서도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환경보존이나 장애인 문제 등 여타 부문 운동과의 결합이 이루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이번 대회를 통한 여성들의 조직화 흐름은 NGO 포럼이 자체 로비팀을 조직해 GO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발휘했던 데서 특히 두드러졌다. 이들 중 일부는 구체적으로 국제 연대 조직을 형성했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시아지역 여성 네트워크가 이미 이 대회 준비과정을 통해 생겨났으며 「아태지역 여성정치인 네트워크」와 선진국의 과소비로 인한 환경파괴를 저지하기 위한 개도국 여성 환경네트워크도 대회중에 자연스레 결성되기에 이르렀다. 각 그룹별로 진행된 GO회의 실무위원회에서의 논의 또한 각국의 네트워크를 보다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한번 형성된 네트워크는 대회 폐막 이후에도 일정한 힘을 갖게 된다.

이번 대회에서 결의된 행동강령은 앞으로 전세계 여성정책의 준거가 되며 여성운동의 흐름을 집약, 21세기 여성지위향상을 위한 전략 수립에도 기여하게 된다.<김지영 기자>

◎대회 이모저모/행동강령 일부조항 유보국 늘어/재원마련 방법 개도­선진국주장 절충/어린이 남녀차별 시점싸고 한때 진통

○…베이징(북경) 대회에서 채택될 행동강령의 일부조항에 대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유보입장을 밝히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다수 이슬람 국가들은 여성의 인권분야와 여아 상속권 문제에 대해 자국의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다며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여성의 임신 결정권과 각종 성관련 보건서비스를 규정한 보건분야에 대해 30여개의 이슬람국가 대표들은 자국의 종교 교리에 비추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른 국가들이 이 내용을 굳이 고집할 경우 자기들은 유보입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참가국들간의 입장 차이를 좁혀 가능한 유보조항을 줄여보자는 대회 주최측은 결국 「각국의 종교 문화 전통 규범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주석을 행동강령에 첨부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도출했다.

또 여자 어린이의 상속권과 관련해 실무위원회는 「여자 어린이의 상속을 보장하는 적절한 법을 개정 시행한다」는 문안을 결정했으나 이라크 리비아 수단 등 이슬람국가들에서는 여아에게 동등한 상속권을 보장하지 않는 이슬람 율법에 이 문안이 상충된다며 유보의사를 밝혔다.

행동강령 문안에 대해 유보의사를 밝힐 경우 문안 부록에 유보의사를 밝힌 국가를 기록하고 이들 국가는 그 문안에 대해 구속을 받지 않는다.

○…이번 대회의 큰 쟁점 사항중의 하나였던 행동강령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의 방법과 관련, 새로운 재원의 마련을 주장하는 개도국 그룹과 현재 있는 재원을 적절히 사용하자는 선진국 그룹간의 의견 대립은 격렬한 토론 끝에 결국 양쪽 모두의 주장을 혼합하는 선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실무위원회는 「모든 재정기구가 개발도상국에 새롭고 추가적인 재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개별국가 또는 국제적 차원에서 재원을 적절히 동원할 것을 요청한다」고 표기키로 했다.

○…실무위원회에서는 여자 어린이에 대한 남녀차별이 시작되는 시점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기도 했다.

낙태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유럽국가들은 출생(INFANCY)과 동시에 비로소 생명이 시작된다는 논리로 남녀차별이 시작되는 시점도 출생으로 잡는 반면 개도국그룹쪽은 수정(CONCEPTION)됐을 때 부터라고 주장했다.

결국 양쪽은 각기 해석상 운신의 폭을 최대한 인정하는 「생명의 초기 단계」(THE EARLIER STAGES OF LIFE)라는 표현으로 절충했다.

○…이번 대회를 참관하고 있는 한국 NGO 대표단체중 하나인 세계평화회(회장 장영선)는 13일 대회가 열리고 있는 국제회의장 로비에서 남북한간의 대화촉진과 남북이산가족 상호방문 및 서신교환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각국 대표단에 배포했다.

또 이번 대회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 가운데 각 시·도 가정국장 일행은 이날 이 대회를 주관하는 중국부녀연합회를 방문해 한중간 여성교류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