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건설교통부 장관과 재벌그룹총수들이 오찬간담회를 가진 12일 낮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식사를 마친 오장관은 슬그머니 『수도권개발정책을 서울 중심의 단핵구조에서 다핵구조로 전환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수도권 4개 지역에 자족기능을 가진 지역생활권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재벌총수들이「지역생활권」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에 대해 의아해 한 것도 잠시. 이들은 현 정부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온 「신도시」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꺼려하기 때문에 「신도시 추가건설」을 「지역생활권육성」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실제 곧바로 건설교통부를 통해 「신도시추가건설」로 기정사실이 된 오장관의 발언은 이날의 가장 큰 뉴스가 됐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도시 추가건설과 같은 범국가적인 정책이 또 한번의 「깜짝쇼」로 국민들에게 일방통행식으로 전달됐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집값 상승이 우려되고 수도권에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점에서, 또 비대할대로 비대해진 서울의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도 신도시 건설의 필요성은 어느정도는 공감되고 있다. 그러나 신도시후보지에 대한 투기억제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개발에 필요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없는 상황에서 폭탄선언식으로 신도시추가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오장관의 신도시 관련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특파원들에게 신도시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등 영종도를 비롯한 신도시건설에 남다른 열의를 보여왔다. 그렇다면 투기억제와 지역주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심한 전략과 추진일정을 완비한 후 건설계획을 발표해도 결코 늦지 않았을 것이다. 오장관이 무슨 생각으로 느닷없이 재벌총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신도시건설계획을 발표했는지는 아직도 알 길이 없으나 이로 인해 예상할 수 있는 숱한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한 해결과 책임은 자신의 몫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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