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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영웅/박진열(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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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영웅/박진열(메아리)

입력
1995.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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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국인들은 「진정한 영웅」을 만났다.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팀의 유격수 칼 립켄 주니어(35). 그는 뉴욕 양키스팀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루 게릭이 지난 56년 세운 최장연속출장기록 2천1백30회를 이날 깼다.볼티모어 캠던 홈구장에서 벌어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그는 13년3개월동안 단 한게임도 빠지지 않고 2천1백31게임에 개근 출장하는 빛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립켄이 4회말 공격에서 신기록을 수립한 뒤 5회초 오리올스의 수비가 끝나자 전광판에는 2131이란 숫자가 아로새겨졌다. 이와 동시에 폭죽이 터지자 4만6천여 관중들은 22분15초동안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기쁨을 함께 했다.

캠던구장에는 이날 미국의 클린턴대통령, 고어부통령, 보브 돌 공화당 상원원내총무등 정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 워싱턴정가가 썰렁했다고 한다. 립켄이 해낸 위업을 짐작할 만하다. 클린턴은 『립켄은 야구선수 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영웅』이라고 격찬했다. 그의성실성을 높이 산 것 같다.

그러나 립켄은 『내가 이룬 것이라곤 매일 내 임무에 충실했던 것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항상 부상위험이 따르는 운동경기에 13년3개월동안 개근출장하는 것은 인내와 건강과 성실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도 85년과 92년 경기중 부상으로, 93년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중 난투극이 벌어져 싸움을 말리다 무릎을 다쳐 하마터면 결장할 뻔하는등 세차례 고비를 겪었다. 그러나 투지로 극복, 대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운동선수 모범생에만 그치지 않는다. 6살난 딸과 2살난 아들을 둔 그는 대기록을 수립하던 날 아침 입학하는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줄 정도로 자상한 가장이었다.

미국의 야구선수 가운데는 모범생이 적지않다. 어려운 가정의 8형제 틈바구니에서 자란 보스턴 레드삭스팀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홈런볼을 모아 아픈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는 「밤비노」로 잘 알려져 있다.

모리스 버그는 통산타율 2할4푼3리에 홈런 6개밖에 날리지 못하는 평범한 선수였지만 12개국어에 능통했고 늘 라틴어사전을 지니고 다니는 모범생으로 팬이 많았다.

스승은 학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라운드에도 립켄처럼 교훈과 감동을 주는 훌륭한 교사가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나라에도 립켄과 같은 그라운드의 스승이 나타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기획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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