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26%가 “무소속 찍겠다”/양당체제 거부정서 급속 확산/파월·페로·잭슨 출마여부 정가 촉각곤두대통령선거를 1년여 앞두고 미국의 거물정치인들이 잇따라 대권을 향한 출사표를 던져 미정계가 벌써부터 선거무드에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대권희망자들이 속출하는 것은 민주당의 빌 클리턴대통령이 과반수의 지지를 자신하지 못하는데다, 공화당은 차기주자로 당연시되는 보브 돌 상원의원쪽으로 힘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 양당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반제도권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이때문에 민주 공화 양당은 자신들의 표가 분산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흑인 민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가 무소속후보로 나설 경우를 상정, 최근 선거캠프내에 비상대책반을 신설했다. 잭슨목사는 최근 『클린턴대통령의 재선을 방해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집회를 계속 갖고 있다.
공화당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미국인의 정치」를 희구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이 많아지면서 비슷한 성향의 당내 야심가들이 적잖이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우파로서 극단적 국수주의자로 알려진 칼럼니스트 패트릭 뷰캐넌 (56)이 얼마전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백지화, 세계무역기구(WTO)탈퇴, 한국·일본에 대한 보복관세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권도전 의지를 밝힌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또 아이오와주의 공화당 대통령후보지명 모의투표에서 돌 의원과 공동선두를 기록, 돌풍을 일으킨 필 그램 상원의원(52·텍사스주)등 무려 9명의 공화당 인사들이 퇴색한 아메리칸 드림의 재현을 내걸고 대권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자메이카 흑인 노동자의 2세로 걸프전을 총지휘했던 콜린 파월 전합참의장이 유력한 무소속 후보로, 나아가서는 돌 의원을 제치고 공화당의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는 것도 그의 입지전적 삶 자체가 아메리칸드림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갤럽여론조사에 의하면 공화당내 지지도는 돌(43%) 파월(22%) 그램(13%) 뷰캐넌(5%)순으로 아직까지는 돌의 우세가 현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양당체제에 대한 거부정서가 확산되면서 무소속후보의 등장이나 제3당의 출현 가능성등도 내년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있다. 타임―미러가 지난달 말 발표한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26%가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후보(32%)나 공화당후보(35%) 대신 무소속후보를 찍겠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유력한 무소속 후보가 클린턴대통령과 돌 후보와 함께 나선다면 어느쪽에 유리할 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파월 전합참의장(클린턴 34% 돌 29% 파월 27%)이나 페로(클린턴 37% 돌 33% 페로 26%)는 공화당에 불리하고 잭슨목사(클린턴 40% 돌 42% 잭슨 12%)는 민주당에 불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워싱턴=정병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