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홍수 피해상황을 둘러보고 온 유엔 인도적지원국(DHA) 조사단이 12일 하오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장에는 뜻밖에도 빈 좌석이 많았다.1백50여석의 넓은 회견장에 참석한 보도진은 불과 20여명에 불과했고 그것도 절반가량은 한국 기자들이었다. 평소 북한내 동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외국 언론들의 자세를 생각할 때 회견장의 썰렁한 분위기는 의외였다.
기자회견 내용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유엔 조사단은 북한이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전하면서 국제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기자들의 관심은 「피해가 얼마나 심한가」 보다는 「진짜로 심한가」하는데 있었다.
어떤 외국 기자는 조사단이 북한 정부의 통계를 인용해 작성한 브리핑 자료상의 피해규모와 관련, 『수치가 과장된 게 아니냐』고 물었고 또 다른 기자는 『전 국토의 75%가 수해지역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도 되느냐. 현장에서 확인된 사실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조사단의 거듭된 확인에도 불구하고 현지 조사때 북한의 통제여부, 동부 지방을 시찰하지 못한 이유 등을 묻는 의혹성 질문이 계속 쏟아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가를 시사하는 한 단면이었다. 극심한 재난을 당해 유엔이 나서서 이를 확인해주어도 의혹의 눈초리를 받게될 정도로 신뢰를 잃어버린 게 북한의 현주소다.
「늑대와 소년」의 우화를 떠올리게 한 기자회견장을 씁쓸한 심정으로 나서면서 북한이 이념과 노선이 어떠하든간에 국제사회에서 신뢰만은 쌓아주기를 한 민족으로서 촉구하고 싶었다.<제네바에서>제네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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