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고품 천국(프리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고품 천국(프리즘)

입력
1995.09.13 00:00
0 0

휴일날 동네근방을 차를 몰고 지나치다보면 담벼락이며 전봇대에 각종 중고물품을 판다는 전단이 붙어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따뜻한 햇볕도 즐기며 실속도 차리라는 「마당세일」, 버리기는 아깝고 들고 가자니 삯이 더 나올 것같은 물건들을 처분하는 「이사세일」 「지하실 세일」등 이름도 가지가지다.「나의 쓰레기가 남에게는 보물」이라는 말이 있을만큼 중고품매매가 일상화돼 있는 지라 주말이면 개인이 벌이는 각종 「세일」뿐 아니라 예배당이나 공터같은 데서 대규모 「벼룩시장」이 열리곤 한다. 그런가 하면 조그만 시골마을에도 골동품점이라고 간판을 걸어놓은 곳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골동품이라기 보단 고물로 보이는 물건들이 주종목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온갖 가게들을 돌고돌아도 주인을 만나지 못한 재고품들이 이런 곳에서 소화되기도 하고 수십년된 물건들이 손바꿈을 하기도 한다. 헌옷가지며 생활용품, 녹슨 자전거 따위 운동용품… 거저줘도 욕먹을 물건들을 놓고 진지하게 흥정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먼지앉은 고물들에서 스며나는 묵은내가 향기롭기 때문이다. 또 결코 가난해 보이지 않는 노부부가 색바랜 코트를 서로에게 걸쳐주며 『멋있는데』를 연발하는 모습도 보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소득 1만달러 고개도 숨이 벅찬 나라에서 온 기자는 이런 모습을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뭐하나 사려고 하면 남이 쓰던 물건에 선뜻 손이 가지않는다. 매번 다리품만 팔고 돌아오면서 분수에 맞지 않게 풍요와 새것에 길들여진 자화상을 책망한다.<뉴욕=김준형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