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밀리고 뾰족한 대안마련 어려워/정부결정 기정사실화속 “보완” 요구만민자당의 고위당직자들은 12일 한결같이 『금융실명제의 골간과 원칙을 건드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현재 당정간의 최대쟁점으로 부각돼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등의 금융소득종합과세 포함문제와 관련된 언급들이다. 심지어 김종호 정책위의장은 『당이 정부결정의 보완을 위해 노력한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6일 정부가 이 결정을 처음 발표했을때 당측이 보였던 격앙된 반응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당시 민자당관계자들은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이를 유보하거나 상당기간 유예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청와대당정회의와 고위당정회의를 계기로 반론 목소리는 눈에 띄게 주춤하고 있다. 정부의 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보완필요성만 강조하고 있을뿐이다. 하지만 당직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아 불만이 적지않은 듯하다.
이처럼 민자당이 태도를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청와대의 뜻이 정부쪽에 실려있기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민자당당직자들과의 오찬모임에서 『금융실명제의 원칙은 지켜나가야한다』고 말해 정부방침의 골격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은 『당정간 최대공약수를 찾으라』는 언급으로 당을 배려하기는 했으나 이것이 당측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와함께 민자당이 명분상 정부에 밀린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실명제의 예외를 가능한한 줄이겠다』는 정부측 논리에 대해 당이 마땅한 대응논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민자당이 소수의 「가진 자」들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CD등의 중도환매이자를 종합과세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과세대상은 3만 1천여명에 불과해 큰 충격은 없다』는 정부의 항변도 이와같은 맥락이다.
이에대해 민자당은 『3만1천명이라는 숫자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번 조치가 꼭 그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의장은 『반드시 모든 국민이 해당돼야만 당이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민자당이 대안을 선뜻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한 것도 정부측에 밀리는 한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측과 실무협의를 벌이고있는 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아무리 연구해봐도 무엇을 어떻게 손대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만 『CD등을 만기전에 판매할 경우 이는 엄격히 말해 시세차익을 얻는 것에 불과할뿐 이자소득을 얻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러한 당정간의 내부사정등을 고려할때 이번 파문은 당의 「체면」을 살려주는 선에서 적당히 미봉될 것으로 보인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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