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책위주 교육 한계” 4년전 착수/“전망없다” 작업동료 떠나는 역경딛기도/미주외 뉴질랜드서까지 잇단 사용문의척박한 이민생활을 헤쳐나가느라 자녀들이 부모마음과는 달리 한글배우기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하던 재미동포 사회에 얼마전 작은 빛이 비쳐졌다.
영어로 된 최초의 한글교육용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하이 코리안(HI KOREAN)」이 개발돼 아이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한글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아코리안을 개발한 전순호(41)씨에게 「하이 코리안」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울교대를 졸업한뒤 답십리, 갈현, 대주국민학교를 거치며 마주했던 수많은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눈망울들, 그 눈을 뒤로 한채 지구반대편으로 그를 달아나게 만들었던 교육현실….
84년의 마지막날 미국땅을 밟은 전씨. 교사재직중 명지대 전자과와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전산자료처리학과를 마칠 정도로 컴퓨터에 일찌감치 관심을 가졌던 그는 부인과 함께 낮에는 세탁소종업원, 가게점원일을 하면서도 학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덕분에 89년 시카고 일리노이주립대(UIC)컴퓨터학 석사학위까지 마칠 수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틈틈이 교회 한글학교 교사일을 자원한 그는 그곳에서 한글교육의 한계를 실감했다. 일상생활에서 한글을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딱딱한 책 위주로 이뤄지는 교육은 전혀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던 것이다.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에게 그림 음악 게임을 곁들인 교육용 스프트웨어가 필수적임을 깨닫고 개발에 착수한 것이 4년전이었다.『함께 작업에 참여했던 동료들이 전망이 없다며 떠나버리고 집사람까지도 냉담한 표정을 보일 땐 벼랑끝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지난해부터는 운이 좋았던지 멀티미디어가 급속히 보급되기 시작했다. 사업전망보다는 취지에 동감하고 아낌없이 지원을 해준 동지 3명을 만나 「아르메(아름다운 산)소프트」라는 회사를 차리게 됐다. 그 결과 한글공부뿐 아니라 한국의 예절과 역사, 한글창제의 기원까지도 곁들인 종합한글교재 하이코리안이 태어난 것이다. 11월 이면 한글을 공부하면서 영어도 배울 수 있는 한영겸용 CD도 선보일 예정이다.
10년도 더 된 시간이 흐른뒤 컴퓨터를 통해 다시 아이들을 마주한 전씨의 얼굴엔 생기가 넘친다. 『「하이코리안」은 이제 시작입니다. 다행히 미주는 물론 뉴질랜드 교민들에게서까지 문의가 오고 외국인 교육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곳도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아 다음 단계를 위한 밑거름은 충분히 될 것같습니다』고 말하는 전사장의 얼굴은 밝기만 하다.<시카고지사=이재일 기자>시카고지사=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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