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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혼(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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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혼(장명수 칼럼)

입력
1995.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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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버지와 소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소련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가수 빅토르 최의 특집프로를 며칠전 TV에서 보았는데, 『지난 91년 그가 교통사고로 죽자 그의 부모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이혼했다』는 대목이 마음에 남았다. 서로가 절실하게 위로를 원할때 그들은 왜 헤어졌을까. 그 프로를 본 여성들 몇명이 그들의 이혼을 화제로 삼았다.『자식의 죽음 파산 사고등 큰 불행을 당했을때 더욱 결속하게 되는 부부도 있지만, 불화가 더 깊어지는 부부도 있어요. 이런 불행까지 당한 마당에 왜 더 참아야 하느냐, 이혼을 주저할 이유가 뭐냐 라는 파괴적인 심정이 되는것 같애요. 사업실패로 파산한후 이혼하는 부부를 본적이 있어요』

『나쁜 일이 터지면 일단 상대방의 탓으로 뒤집어 씌우고 원망하는 성격이 있는데, 남편이나 아내가 이런 성격일때 파탄에 이를 위험이 높아요. 당신이 아이를 잘못 키워서 이런 일이 생겼다, 당신이 무책임해서 이런 사고가 났다, 당신이 평소에 하는 짓을 보고 이런 일이 터질줄 알았다 라고 불행의 와중에서 서로 공격하다가 갈라서는 것이지요. 성인이 된후에도 상대방을 연민으로 감싸 안을줄 모르는 미숙한 어른들이 의외로 많거든요』

『결혼생활에서 늘 갈등을 겪다가 불행을 당하자 정이 딱 떨어지는 경우도 있겠지요. 주벽 낭비벽 거짓말 도박 폭력 바람기등 상대방의 인격에서 참기 힘든 단점이 있을수 있는데, 그 단점이 직간접으로 불행의 원인이 되었다면 더욱 절망하겠지요. 더이상 싸울 필요도 없이 이혼을 결심할거예요』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나서 자기자신의 슬픔보다 상대방의 슬픔을 더욱 아파하는 부부를 보았어요.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더 가엾게 여기는것이 눈에 보였어요. 그것이 서로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이겠지요』

기쁨을 이웃과 나누면 두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 라는 좋은 말이 있다. 그러나 불행을 나눌 줄 모르고, 상대방 때문에 불행이 두배로 불어나서 숨막히는 부부도 있다. 「불행 플러스 이혼」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최악의 부부관계에서만 일어 날까. 그렇지 않다, 많은 부부들의 내면에는 항상 지뢰가 묻혀 있다는 것이 그날 대화의 결론이었다. 우리 부부사이는 어떤가,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두배가 되는 사이인가, 모두 건강진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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