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가을호 여류작가들의 문단장악 잇달아 조명/“페미니즘적 감성으로 독자층 확대”/“역사·존재론적 고뇌의 부재” 비판도박경리 박완서 오정희 이경자 강석경 김지원 양귀자 김향숙 최윤 공지영 공선옥 김인숙 신경숙 남상순 김형경 이혜경 김미진 배수아 김우정…. 80년대를 거치고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여성작가들은 대단하리만큼 약진했고, 문학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30대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오고, 유수의 문학상이 그들차지가 되었다. 가을호 문학계간지들은 이 여성작가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 그들의 역량과 과제를 짚어 보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소설과 사상」에서 서울대 김성곤 교수(영문학)는 「여성작가들의 등장과 문학의 여성화」를 통해 「문단이 여성작가들의 열기로 가득찼다」고 평가하면서, 「한국문학의 여성화」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올해 「여성동아」 장편소설공모 당선자 김우정씨의 「작고 가벼운 우울」과 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를 낸 배수아씨, 신경숙씨의 작품경향을 살핀 그는 이 소설들이 생동감있는 필치와 순수한 열정, 새로운 감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대부분 역사의 무거움, 정치적 아픔에서 비롯된 존재론적 고뇌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작가들의 관심이 외면적인 것으로부터 내재적인 것으로,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환상적인 것으로, 집단적인 것으로부터 개인적인 것으로 침잠해감에 따라 여성작가들이 부상하고, 문학 역시 심각하게 여성화해 가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90년대의 신세대소설이 「그냥 가볍고 비정치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의 문학」에 실린 「오늘, 여기 페미니즘담론/ 문화의 겉과 속」은 문화 전반을 장악해 가는 여성파워의 토대를 분석하고 그 페미니즘적 의미를 거론한 글이다. 배은경씨(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는 이 글에서 전반적인 출판계의 불황 속에 공지영 최영미 공선옥 김형경씨등 30대 여성작가들의 책이 잘 팔리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 성공의 이유가 페미니즘적 성격을 바탕에 깔고 여러 담론의 집합체를 만들어감으로써 기존의 여성독자층에 신세대대학생, 구운동권등 독서계의 여러 층을 끌어온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또 80년대부터 강한 자기실현욕구를 보여온 20,30대 젊은 여성들,「빈 둥지증후군」을 겪고 있는 40,50대 전업주부들의 정체성위기를 여성들이 글쓰기와 독서에 관심을 갖게 한 요인으로 들었다. 배씨는 광고에 의해 「여자들이 설치는 것이 곧 페미니즘」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페미니즘담론이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창작과비평」에서 한국과학기술원 김영희 교수(인문사회학과정)는 「근대체험과 여성」을 통해 박완서 김인숙 공선옥씨가 가족과 여성을 소재로 이루어낸 문학적 성과를 분석했고, 평론가 신철하씨는 「소설과 사상」에서 「여성의 글쓰기, 혹은 신세대?」라는 글로 홍희담 송경아 한강씨등의 작품을 평하고 있다. 김영희씨는 『여성억압적 사회구조에서 가족제도는 여성의 삶이 전형적으로 구현되는 중요한 터전이므로 이에 대한 문학적 천착은 「여성문학」의 성과일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실을 파악하는 리얼리즘의 한 진전을 예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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