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예년보다 10여일 빨랐던데다 수해로 시름에 잠긴 중부지역민들이 많은 탓인지 대체로 차분하게 지났다.귀성-귀경길의 우려했던 정체도 예상과 달리 극심하지 않았다. 추석·설등 명절때마다 교통대란을 치른 값비싼 경험들이 「보이지 않는 손」의 조정력을 발휘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귀성-귀경길 소통이 나아진 것은 거꾸로 수도권으로 올라왔다 내려가는 행렬이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어머니도 많은 부모들처럼 귀성전쟁을 치러야 할 자식들을 위해 서울 큰 아들집으로 올라와 추석을 보내셨다. 그러나 추석 다음날 내려가신 길이 밀려 평소보다 배이상 고생을 하셨다.
귀경길 못지않게 귀향길도 만만찮아 고생을 시켜드렸으니 미안한 마음을 가진 자식들도 적지않았을 것 같다.
이번 추석은 4개월여 전인 지난 4월 24∼28일 철도예매전쟁으로 시작됐었고, 이제 곧 다시 내년 설날(2월 19일) 열차표 예매가 시작될 터이니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명절 교통난이 답답하다. 내년 설 비행기표는 벌써 지난 3월7일 예약 3시간만에 동이 나 어지간한 준비성과 행동력 없이는 일찍부터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 추석연휴길은 운전자들의 분산 귀향과 차량정비등 출발전 세심한 준비등이 숨통을 틔었고 고속도로 7인이상 탑승 승합버스 전용차선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명절때는 물론 주말과 휴일에 상습화한 고속도로 정체등 교통문제를 운전자들의 의식과 버스전용차선 하나에 맡겨두는 것은 정부당국의 전향적자세가 아니다.
정부와 서울시가 도입 여부를 놓고 보류·적극 추진으로 엇갈리고 있는 자동차 주행세제 문제를 과감히 국민여론에 부쳐 보면 어떨까. 매분기·반기마다 내는 자동차세와 자동차보험료를 휘발유값에 포함시켜 자동차운행거리에 따라 부담에 차등을 두는 주행세는 우리의 교통문화와 의식은 물론 도로의 양상을 바꿔놓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행거리만큼 합산된 부담이 늘어난다면 아마 고속도로는 지금같은 버스전용차선이 아니라 돈많이 내고 달리는 승용차 고객을 위한 전용차선을 설치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버스등 고속도로운행 대중교통수단의 양적·질적 확대·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주행세는 내 차 운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의 고정적 세수입을 유동적이고 계산하기 복잡하게 만드는 단점도 있겠지만 반대급부도 있다. 자동차문화가 달라져 가는 만큼 자동차세제도 융통성을 갖고 검토할 때가 됐다.<수도권 취재본부장>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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