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영향 불안 “세계에 무기공급” 등 위협/12월총선 앞두고 민족주의당 견제 효과도보스니아 사태가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의 적극적인 군사개입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의회와 행정부가 한 목소리로 미국등 서방측에 대해 비판의 목청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는 지난 9일 특별회의를 열고 ▲세르비아공화국에 대한 제재철회 ▲나토의 평화동반자계획(PFP) 참가거부 ▲친서방 외교정책을 펴온 안드레이 코지레프 외무장관 해임등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지난 8일 나토의 대(대)보스니아 세르비아계 공격과 나토의 동쪽으로의 확대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옐친대통령은 ▲나토가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세르비아계에 무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 ▲나토가 동쪽으로의 확대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냉전체제로 복귀할 수 있고 유럽이 전쟁에 휩싸일 수도 있다 ▲구소련 각 공화국들을 군사동맹체제화 할 수 있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은 대서방 비판은 구소련 붕괴이후 가장 강력한 것이다.
러시아가 반발하는 이유는 우선 나토가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일절 정보를 러시아에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구유고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접촉그룹의 일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함은 물론 문제해결 과정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때문에 나토의 「러시아 소외」는 서방측이 러시아를 진정한 평화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러시아는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러시아가 구유고사태 해결에 있어서 무력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구유고사태가 서방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끌려가고 있는데다 자국의 국제회담 제의등 정치적 이니셔티브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데 대해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셋째는 과거 「안보상의 뒤뜰」이었던 동유럽 각국들이 앞으로 나토에 가입,얼마전까지 적대세력이었던 나토가 완충지대없이 직접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넷째는 12월 총선을 앞두고 민족주의 색채가 크렘린궁을 비롯, 각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옐친으로서는 자유민주당의 지리노프스키나 공산당의 주가노프등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국민에게 친서방 노선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불식시켜야만 하는 입장이다. 러시아 국민 대부분은 서방에 의해 국익이 크게 손상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같은 국민 정서를 배경으로 러시아는 앞으로 철저한 국익위주의 외교정책을 펴는 동시에 미국등 서방과 사안별로 대립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옐친과 국가두마의 「반서방 노선」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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