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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지면 달라진 월드뉴스/이재경 이화여대 교수(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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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지면 달라진 월드뉴스/이재경 이화여대 교수(나의 지면평)

입력
1995.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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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각서 현지기사 발굴 신선감/기업현장·쇼핑·리빙 지면재편 눈길독일의 저명한 사회이론가인 훼르디난드 퇴니스는 신문을 사회의 거울이라고 했다. 미국의 지도적 논객이자 사회 비평가인 월터 리프먼은 세상을 축약해 놓은 지도에 신문을 비유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같은 기능들 외에도 훨씬 많은 의미를 자신들의 작업에 부여한다.

최근들어 증면과 함께 한국일보는 산뜻하게 짜여진 새로운 지면을 많이 만들어 독자를 기쁘게 한다. 그 가운데 「기업현장」 「리빙스타일」 「쇼핑플라자」등의 지면은 더욱 강하게 읽는 이의 눈길을 잡는다. 과거와는 기사 쓰는 시각을 크게 바꿔 그야말로 독자 중심의 글쓰기와 지면짜기를 시도하기 때문인 듯 싶다. 그러고보니 한국일보는 어느새 전체 지면의 60∼70%를 가로짜기로 바꿨다. 변화하는 사회 문화 환경에 앞서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이 글을 거창하게 퇴니스와 리프먼으로 시작한 이유는 한국일보가 시도하는 또 다른 지면에 대한 느낌을 적어보기 위해서다. 한국일보는 월요일, 어떤 때는 수요일에 「월드리포트」라는 연재물을 싣고 있다. 세계 각지에 나가있는 특파원들이 해당지역의 일상에서 발굴하는 기사들, 속보성이 강하거나 세상을 놀라게 하는 헤드뉴스가 아니라 현지의 생활 문맥에서 캐내는, 과거의 눈으로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그러면서도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는 매우 중요한 기사들이 매주 3∼4면씩 지면을 장식한다.

9월 6일자 월드뉴스면에는 제조물 책임법에 관한 최근 미국의 동향을 정리한 기사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중심기사로 실었다. 이 면에서는 또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관한 논쟁, 러시아에 등장하는 신흥재벌, 세계 유수 경영대학원들의 교육과정 개편 움직임 등에 관한 기사를 다뤘다. 그리고 마지막 쪽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 항공기 제작회사들이 어떻게 아시아 시장의 미래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가를 흥미있게 소개했다. 리프먼의 말처럼 신문이 세계를 축약해 놓은 지도라고 생각할때 한국일보가 만드는 월드뉴스는 과거 우리가 익숙했던 지도와는 크게 다른 품격을 보여준다.

제일 먼저 지적될 수 있는 장점은 이 기사들이 모두 한국인의 시각에서 한국 독자의 이해를 최우선 목적으로 쓰여졌다는 점이다. 과거 해외 기획기사는 거의 예외없이 외국 저명 신문이나 잡지의 내용을 국제부 기자들이 요약 정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같은 관행의 문제는 말 할 나위없이 우리 신문은 외국 유수 언론사가 제공하는 기사를 수동적으로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세상을 보는 기본 시각도 선진국의 시각 그대로 기사에 담겨질 수밖에 없었다.

월드뉴스는 이같은 관행을 깨고 우리 눈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기사를 발굴해 전하는 지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국제기사의 지평을 크게 확장했다는 점이다. 과거 특파원 기사는 주로 정치 안보 경제 그것도 주요 강대국의 수도를 중심으로 소수의 취재원에 의존해 국내에 전달되곤 했다. 월드뉴스는 이같은 편협한 국제기사의 관행을 대폭 개선하고 있다. 시민과 일반 독자의 시각으로 상대국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의 이같은 노력은 여전히 구호와 정치적 선전으로 더 많이 이용되는 세계화 개념을 어찌보면 가장 의미있는 방향에서 구체화시키고 있는 작업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이같은 세계를 향한 취재와 보도의 내실화에 탄탄한 해외 취재망을 갖춘 한국일보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신문의 선진화와 독자들의 시야확장에 앞장서 주기 바란다.<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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