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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찾는 의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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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찾는 의미(사설)

입력
199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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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와 폭우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닥쳐온 추석 귀향길은 그래도 가슴 설레는 것이다. 물론 많은 지역에서는 수해복구가 미처 끝나지 못한 상태이고 시기적으로 아직 농작물 가을걷이의 보람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드문 까닭에 그 설렘의 뒤끝이 조금 무거운 것이 될 수도 있다.그러나 경사스러운 상황이건 걱정스러운 상황이건 그 기쁨과 고민을 함께 하기 위해 온 민족이 부모형제, 친척, 고향이웃을 찾아 추석 대이동에 나서는 모습은 분명 우리의 도덕적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가슴뭉클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고향으로의 민족 대이동이 매년 반복되는 것은 광복 50년의 우리 역사가 전쟁·빈곤·산업화로 인하여 성인인구의 절대다수가 고향을 등진 삶을 개척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1960년대 이후 도시 중심의 급속한 산업화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기회의 도시편중이라는 상황을 야기했고 이에 대해 대다수 농민들은 이른바 이촌향도의 적응전략을 추구했다. 더러는 온 가족이 이농을 해 새로운 살거리를 찾기도 했지만 주로 청소년 또는 청년 자녀들이 취직·사업·교육·혼인등을 위해 도시로 떠나왔다.

그 결과 이제 농촌인구는 기준에 따라 많아야 전체인구의 15%, 엄격하게 잡으면 12% 정도로 추산되는 실정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도시가정에서 특히 명절이 다가오면 본인 또는 그 부모가 새로운 삶을 찾아 도시로 떠나오던 시절의 감회가 뿌듯해지는 것이다.

사회 전체로 보면 삶의 의지에 충만한 이들 이농인구가 기존의 도시인구와 어울려 공장·회사·학교·가정에서 일하고, 배우고, 아끼고 하여 이른바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에 바탕을 둔 기적적인 산업화를 일궈낸 것이다.

그런데 어느 사회에서나 산업화는 노동력의 이동과 적응에 소요되는 엄청난 「사회적 전환비용(SOCIAL TRANSITION COSTS)」이 소요되게 마련이다. 산업화 초기의 우리 현실에서 국가나 기업이 충분한 교육·훈련·복지 재원과 제도를 마련하여 이러한 사회적 전환비용을 제대로 충당할 수는 없었다.

우리 개개인 그리고 사회 전체의 오늘이 이만큼 있기까지는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하고, 먹고 입는 것 줄이고, 심지어 가축과 논밭까지 처분해 가며, 도시로 간 자녀형제의 여비·학비·장사밑천·집세를 마련해준 농민들의 정성이 크게 뒷받침된 것이다.

추석귀향길은 이같은 우리의 가까운 역사를 배경으로 한 보은의 행렬이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정부는 농어촌발전에 더 노력을 기울여 이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명절은 개개인으로서 조상·가족·친지의 헌신적 지원에 감사를 표하는 뜻깊은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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